"밥에 기름 한 숟가락만 쳐 주어도 좋겠다"
부대의 식량 사정을 묻는 취재 협력자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맨 염장에다 강냉이(옥수수)밥만 줍니다. 배는 고픈데 강냉이밥 조금만 먹고 온종일 곡괭이, 삽, 맞들이(2명이 짐을 맞들 수 있게 만든 도구)질하고 눈만 짜개지면(뜨면) 일을 하니... 일이라도 조금 헐하면 좀 낫겠는데 우린 건설 부대니까 더 합니다 (힘듭니다). 밥은 조금 주더라도, 밥에 기름 한 숟가락 씩만 쳐 주어도 한참 낫겠는데, 전혀 기름이 없이 소금국에 염장무만 먹이니까 얘들(병사들)이 허약(영양실조)이 옵니다"
평양에서 군 복무를 하면 공급이 좋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병사는 "명절 아침에 떡을 해주고 점심엔 국수를 주는 게 전부입니다. 이따금 지원 물자로 돼지가 들어올 때 있는데, 그걸 삶아줘도 얘들이 먹지 못해요. 배에 기름이 없으니 먹기만 하면 설사 쫙쫙하고"
계속해서 병사는 부대를 떠날 때 부대에서는 제대될 때도 되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고, 제대 수속은 부대에서 해 집으로 보내 줄 테니 집에서 그냥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부대에는 자신과 같은 상태의 병사들이 많기 때문에 부대에서는 영양실조에 대해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군인의 경우 상급 병사로서, 복무기간이 10년 정도인 '구대원(선임병)'이다. 원래 군에 입대해 2, 3년이 제일 견디기 힘들고 영양실조자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상급 병사면 오랜 기간의 군복무 경력과 수하에 대원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으로든 군생활이 편하고 영양 상태도 좋은 편이다. 이런 '구대원'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점과, 부대 안에선 이러한 영양실조 병사들이 만연해 있다는 병사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군인들의 식량부족 현상은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