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김정은 정권은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예고대로 폭파했다. 한국 사회에 충격이 확산됐다.
북한측은 탈북자 단체가 '최고존엄'인 김정은을 모독하는 전단을 날리는 것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인간쓰레기 탈북자를 찢어죽이라'라는 험악한 슬로건을 내건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 학생, 여성단체를 동원해 치러졌다. 국영 미디어는 연일 사진을 게재하며 크게 전하고 있다. 전 인민이 탈북자와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고 있다는 대선전이다.
김여정도 6월 13일, '폭파 예고'를 한 담화에서, 보복은 "우리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 내부 분위기와 '국민감정'은 어떤 상황일까?
아시아프레스는 긴급히 북한 북부 지역에 사는 두 취재협력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2회 연재로 소개한다. 북한 내부와의 연락은, 반입시킨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이번에는 한국이 잘못했다
우선 북부 양강도에 사는 40대 A 씨의 의견을 소개한다. 폭파 다음날인 17일에 전화를 연결했다.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국제 취재・조사 업무를 한지 4년. 한국 사정과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밝고, 3대 세습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보았습니까?
A. 네, 봤습니다. 그런데, 함께 사이좋게 지내자고 해놓고, (한국은) 왜 삐라를 날립니까? 같은 민족끼리 너무 이상합니다.
―― 그것은 당신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당국이 그렇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A. (정치학습) 강연에서, 간부들은 (한국을) 상대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도 이번에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핵실험 같은 거 안 했잖아요.
―― 당신도, 삐라를 날린 한국이 전부 잘못했기 때문에 폭파까지 이르렀다고 보십니까? 북측 일반 주민의 감정은 어떻습니까?
A.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폭파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 회담 때는 사이가 어찌나 좋았는지, 금방이라도 통일할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는데, 생계는 전혀 좋아지지 않고, 그 와중에도 (한국은) 계속 삐라를 날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는 생각입니다. 나도 이번에는 문재인과 한국이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삐라에 백배 천배로 되갚자고 난리법석
―― '최고존엄'에 손을 댄 탓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전쟁도 불사한다는 선전은 하고 있습니까?
A. 네. 회의에서 강조하는 것은 (김정은) 장군님은 우리들의 '최고존엄'이며, 우리 민족의 수령, 태양이다. 그것을 모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남측이) 손을 댄다면 백배 천배로 되갚아야한다고 난리입니다. 여기 당국의 입장에서는 그렇겠지요.
―― 북측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국내의 분위기는 당국에 의해 준비, 연출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A. 추잡한 삐라를 뿌렸다고 하던데요. 제가 보기에도 모두 엄청들 볶고 있어요. 삐라 건으로 어제 보안원(경찰관)과 얘기했는데, 모두 미국이 한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폭파) 건은, '문재인은 똑바로 행동하라'라는 경고처럼 보입니다.
――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건설 비용은 한국이 170억 원이나 부담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건 잘못 아닌가요?
A.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군님을 모독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게 이곳의 방식입니다. 금액은 상관없지요.
―― 북측 민중이 계속 괴로운 것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거기다가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A. 인민이 궁핍한 건 핵을 포기하지 않은 탓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부에서 '우리가 미국에 먹히지 않는 것은 핵이 있기 때문이다.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라고 계속 말했기 때문에, 서민들 사이에서도 핵이 있기 때문에 민족의 존엄이 지켜지는 거라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 경제난의 불만을 반한(反韓) 캠페인이 흡수
A 씨에 따르면, 인민반 및 소속한 조직에서 연일 탈북자와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와 학습회가 열린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1월 말 중국 국경을 봉쇄한 이후, 북한의 경제 악화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서민에서 간부까지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남북대화에도 살림살이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북한 국내에 널리 퍼지자, 김정은을 비난하는 전단 날리기를 계기로 시작된 반한 캠페인이 주민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연재2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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