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32가지의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33가지를 가지고 가버린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보리고개'는 북한에서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초여름의) 감자의 수확까지 견디고 견뎌 겨우 수확하면, 농민들도 어떻게든 한숨 돌리겠습니다만,
올해 강연으로 간 농장의 경우에는 수확한 감자까지 몽땅 다 가져가 버렸습니다. 인민군에 식량이 없기 때문에, 부대마다 농장을 배정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너희 부대는 어디 어느 농장에 가서 보리와 감자 몇 십 톤을 반드시 확보해 와라"라는 식으로. 그래서 군대가 농장에 와서 '무조건 공출해라'라고 합니다.
군인들도 먹을게 없기 때문에 필사적입니다. 하지만, 농장에 그런 여유분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군인들은 농장의 간부들에게 신신 당부해, 농민들이 받아야 할 분배를 넘겨줍니다. 그렇게 해도 모자라, 감자 15톤을 징발해 갔습니다. 제가 실제로 이 눈으로 본 것입니다.
박용민 : 농장을 관리하는 간부는 농민들로부터 원한을 사지 않겠습니까?
간부 : 당연히 원망을 삽니다. 하지만, 그들은 "위에서 하라고 지시한 대로 한 것뿐이다"라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상부 탓으로 하고, 그 상부도 또 상부 탓으로 하고...농장의 간부들도, 그 위의 '리(里, 최소의 행정단위. 군에 속한다)'의 간부들도, 상부의 지시가 있으면 자신들이 살기 위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거둬들이는 측의 간부들도 웁니다.
제 손목을 이렇게 쥐고는 "걷을 때는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걷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굶주릴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아십니까? 가슴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통곡을 합니다. 어떤 농장의 간부는, "이 이상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농민들이 무슨 죄가 있어, 몇 종류씩이나 징발을 합니까"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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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진강> 소개
북한 내부에서 취재하는 북한사람, 이른바 '북한 내부기자'들의 취재내용을 담은 북한 내부소식 전문지. 한국에서는 2007년, 일본에서는 2008년에 창간되었다. 2010년에는 영어판도 발간하였다. 한국어판은 2009년 4호 이후로 발간이 안 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2012년 2월에 최신 6호가 발간되었다. 제6호에서는 2012년 2월까지의 취재내용이 반영되어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과 후계자 김정은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과 심정, 북한의 디지털•IT사정 최신보고, 굶주린 조선인민군 분석, 평양 10만 세대 아파트건설현장 잠입르포 등 다양한 내용을 망라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발간되는 북한 소식지 <임진강>과 아시아프레스에서 발간하는 <림진강>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2009년 4호까지는 동일한 잡지였으나, 그 후로는 따로 취재/편집을 하는 별도의 잡지임을 알려 드립니다. <림진강> 최신 6호 일본어판 구입은 아시아프레스 홈페이지 https://www.asiapress.org/apn/archives/2012/02/10105433.php에서 가능합니다. (일본 대형 서점, amazon 등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