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②
모든 면에서 군대가 최우선인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에서 병사에게 제공되는 식량배급은 매우 나빠졌다. 군대의 영양부족은 9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상으로, "입대하면 영양실조 걸린다"는 이야기가 상식이 된지는 오래다. 그 영향으로 탈영하거나 주민의 가축이나 식량을 훔치고 일반인의 금품을 빼앗는, 강도와 다름없는 행위가 다발해 왔다. 규율과 의기가 현저하게 저하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다.
◆만연하는 병사들의 영양실조
평안북도에 사는 김동철기자가 전화로 알려 온 보고다. 새해에 들어와서 갑자기 나빠졌다. 1월 중순에 집 가까이에 있는 호위 사령부(김정일 총서기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경호 전문부대)의 지인 장교를 만나 물어보니, 하루 식량공급은 옥수수를 중심으로 300그램, 즉 한끼에 100그램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영양실조가 걸리는 양이다.
이 장교는 식량이 보급되지 않는 것에 불평을 털어 놓으며 "1월이 이 정도라면 보리고개 때는 더욱 형편없을 것이다"라고 불안한 심정으로 말했다. 또 다른 날, 어린 병사가 우리 집에 와서 "얼마라도 좋으니 식량을 좀 주십시오"라고 거지와 같이 빌어 먹으러 와 놀랐다.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으니 "상관의 명령으로 집들을 돌고 있다.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맞는다"라고 말했다.
아들을 입대시킨 부모가 걱정이 되어 부대를 찾아가 영양을 보급하고 싶다고 집에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매우 많아지고 있다. 예년에는 봄 초부터 나빴지만, 이 10년 동안 1월에 이렇게까지 군대에 식량이 없었던 해는 없었다.
다음은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 최경옥씨가 2월말에 전해온 정보이다. 양강도에 있는 어느 여단의 지휘부 장교를 만났다. 병사들은 한끼에 옥수수쌀 160그램에, 반찬은 고체형 간장을 물에 푼 '말린 간장'이라고 한다. 대우가 좋은 지휘부 조차 이 모양이다. 이 여단의 일반부대에서는 한끼에 옥수수쌀 130∼140그램, 반찬은 소금물을 마시는 것뿐이라고 한다.
2월 22일, 강원도 통천군에서 복무하고 있는 22살의 병사를 만났다. 영양실조가 걸려 집으로 돌아 와 있었다.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숟가락의 소금 반찬을 병사 넷이 나눠 먹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집에 돌아올 수 있게 힘써주셔서 살았지만, 그 상태로 계속 있었다면 죽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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