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군량미와 수도미
북한의 농업은 과거 소련이나 중국과 같은 집단농장(북한에서는 협동농장)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협동농장에는 해마다 생산계획이 할당된다. 이 계획의 달성이 농장의 목표이고, 그 여부가 농장간부와 농장전체의 평가 기준이 된다.
'군량미' 및 '수도미'로서 공출해야 할 분량도 미리 이 생산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군량미'도 '수도미'도, 그 공출량이 해마다의 수확량에 따라서 증감되는 것이 아니라, 경지면적과 과거 실적에 따라 미리 결정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해 등 자연재해나 전력 부족 등 농장 차원의 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유로 금년의 수확량이 줄었다고 해도, 국가는 받아가야 할 것을 해당 농장의 농장원(농민)보다 먼저 가져가는 것이다. 당연히 농민의 몫은 줄어든다.
"국가에 대한 공출 할당은 의무이기 때문에, 수확량이 낮고 부족할 경우 농민이 받는 '분배'가 줄어들게 됩니다(황해남도 40대 여성)"
'분배'란, 한 해의 노동의 대가로 농민에게 배분되는 몫을 지칭하는 말이다. 가을의 수확기에 나눠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곡물로 주어지지만 농장에 따라서는 현금이 동시에 지불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분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해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농민은 산이나 자택 주변에 꾸린 '개인 밭'에서 경작한 부수입으로 간신히 살아온 것이 현실이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최근 몇 년 황해도 지역에서는 비료와 농약의 부족, 집단농업제도의 한계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생산이 침체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앞서 언급한대로 필요한 분량을 '먼저' 국가가 갖고 가버리는 일이, 농민의 생활을 압박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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