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빼앗긴 농촌
이러한 기존의 공출과 더불어 이중으로 공출을 요구하는 구도는 지난 1, 2년 동안 황해도의 식량사정을 악화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월 말, 황해남도 농촌으로부터 중국을 방문한 한 현지주민은, 군대의 가혹한 군량미 징발에 대해 오열하면서 이렇게 증언했다.
"가을이 되면,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먹을 것을 확보하려고 수확물을 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훔친 것을 땅에 판 구멍이나 집안에 숨깁니다만, 징발 때문에 마을에 온 군인들은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그것마저도 전부 가져가 버립니다. 1월인데도 벌써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100만이라고도 300만이라고도 추정되는 아사자를 낸 90년대 후반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곡창지대인 황해도는 함경도 등에 비해 적은 피해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황해도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함경북도에서는 대규모 식량 위기가 보고되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즉 지금까지의 황해도의 농촌에서는, 할당된 '군량미'나 '수도미'를 어떻게든 내왔다. 하지만 최근에 국가가 요구하는 군량미 공출량이 증가, 농민들의 부담이 가중되자 결국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로 생계유지를 시도할 수 있는 도시 주민과 달리, 현금 수입을 얻는 방법을 갖고 있지 않은 농민들이 위기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국가가 농촌으로부터 갖고 갈 만큼 갖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황해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근'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식량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농업의 부진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무계획적이고 도를 넘은 수탈이 농민들을 사지에 몰아 넣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식량위기발생의 이유를 '인재(人災)'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