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 개간된 산. 나무가 거의 없다. 2010년 5월 함경북도 무산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촬영 : 이진수
정상까지 개간된 산. 나무가 거의 없다. 2010년 5월 함경북도 무산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촬영 : 이진수

 

[특별연재: 곡창지대 황해도의 식량위기] 기사 일람

◇농장간부 "농업이 잘 되지 않을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
지금까지는 황해도의 농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식량위기가 '인재(人災)'에 의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수확물을 수탈해가는 국가와 농촌의 관계를 분석했다. 다음은, '북한농업의 현재'를 분석한다. 정부의 무계획과 집단농업제도의 폐해에 의해 농업부진은 극에 달해 있다. <림진강> 구광호 기자가 인터뷰한 황해남도의 한 농촌간부는 "농업이 잘 되지 않을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고 표현했다. 그 이유를 알아본다.

황해남도가 북한 제일의 곡창지대라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대부분은 쌀이, 그 밖에 옥수수와 보리 등이 재배되고 있다. 북한의 농업 시스템은 농민과 토지를 '협동농장'에 조직한 집단농업이다. '개혁개방'이전의 중국이나 구소련과 비슷한 조직구조라 생각하면 된다.

최소단위는 8~20명 씩의 '분조'로, 그것이 몇 개 모여 '작업반'이 된다. 작업반은 '축산', '농산' 등의 품목이나 '농기계', '수리' 등 분야마다 조직돼 있고, 농장전체를 협동농장관리위원회의 '관리위원장'이 통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각 농장은 대체로 '리'라고 불리는 마을(행정단위)을 형성하고 있다.

땔감으로 쓸 나무를 짊어진 여성. 통나무는 어른 키 이상의 길이다. 땔감을 팔면 장사도 된다. 산에서 내려 온 곳. 2008년 9월 황해남도 해주시 교외. 촬영 : 심의천
땔감으로 쓸 나무를 짊어진 여성. 통나무는 어른 키 이상의 길이다. 땔감을 팔면 장사도 된다. 산에서 내려 온 곳. 2008년 9월 황해남도 해주시 교외. 촬영 : 심의천

 

(1)산림황폐로 수해빈발
2011년 여름, 황해남도 일대에 대형 태풍이 덮쳐, 농경지에 많은 피해가 갔다. 국영미디어인 조선중앙통신은 11년 8월 1일부로 수해의 규모에 대해 '주택 2,900여 동이 완전파괴, 수십 명 사망, 농지 595평방킬로가 침수 및 유실됐고, 8,000여 명의 주민들이 가설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은 북한 농경지의 약 3%에 해당한다(※1). "작년 (11년) 수해의 영향은 컸습니다. 연안부의 논밭은 대부분 떠내려 갔습니다. 초봄, 꽃이 피는 시기에 비가 겹친 적도 있어 작년 생산은 특히 나빴습니다" (황해남도 40대 여성)

장마철의 집중호우는 피할 수 없다고 해도, 북한에서 매년 수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 원인은 구조적인 국토의 황폐화에 있다. 북한 대부분의 서민은 비싼 석탄 대신 장작을 일상의 취사 및 난방용 연료로 이용한다. 그 장작은 다름아닌, 산의 나무를 벌채한 것이다. 산에 들어가, 땔감용 나무를 매고 내려오는 주민들의 모습은 <림진강> 기자들이 촬영한 영상에도 많이 등장한다.

또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거나 현금수입을 늘리기 위해 마을 근처의 산 경사면은 대개, 농지로 개간되고 있다. 이것은 개인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산은 북한 주민이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데 있어 빠트릴 수 없는 자원이다. 하지만 그 자원은 유한하다.

남벌과 무계획한 개간의 영향으로 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민둥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년간에 모든 산림의 30%가 소실됐다는 유엔기관의 보고도 있다(※2). 나무가 없어져 산의 보수력(保水力)이 저하돼, 약간의 비에도 수해가 발생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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