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에 있는 장마당에서 한 여성이 구두를 팔고 있다. 90년대 이후 북한 주민에 있어서 장사는 유일한 현금 수입원이다. 2010년 10월 김동철 촬영 (아시아프레스)
평안남도에 있는 장마당에서 한 여성이 구두를 팔고 있다. 90년대 이후 북한 주민에 있어서 장사는 유일한 현금 수입원이다. 2010년 10월 김동철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주민의 상당수는 장마당을 중심으로 장사나 암거래, 삯일을 해 살아가고 있다. 그 주민들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에서, 대낮에 보안원(경찰)이 아무 거리낌없이 무자비하게 약탈한 것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려준 것은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 강수진 씨(40대 여성). 그녀는 2011년 11월 18일 함경북도 무산군의 무산시장에서 우연히 목격한 내용에 대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강:그날 나는 청진시에서 해산물을 도매하려고 무산에 와있었습니다. 정오 무렵입니다. 일을 끝내고 점심식사를 하려고 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자:무엇이었습니까?
강:우선 시장의 입구가 차단됐습니다. 큰 도로 쪽의 입구 옆에는 트럭이 세워져있고 보안원과 순찰대(주1) 무리가 문 양쪽에 서서 사람들이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큰 출입구에는 수십 명, 작은 출입구에는 10명 정도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자:왜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죠?
강:장사꾼들이 물건을 가지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지요. 한 무리가 장마당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와 닥치는대로 물건을 빼앗기 시작했습니다. 쌀, 옥수수, 과일, 기름, 야채, 인조고기(주2) 등 식료품은 물론 천, 구두, 화장품까지 뭐든지 다 빼앗아 차에 싣고 있었습니다. 장사꾼들은 어떻게든 물건을 지키려고 장마당 둘레의 1.5미터 높이의 담장 밖으로 짐들을 던졌어요.

기자:장사꾼들은 당하기만 하고 있었습니까?
강:아닙니다. 쌀을 팔고 있던 여성은 쌀을 뺏기지 않으려 쌀주머니를 꽉 끌어안기도 하고 쌀자루로 보안원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는 총을 가진 보안원입니다. 총을 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아수라장이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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