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황해도 일대를 덮친 수해로 파괴된 주택. 황해남도 연안군 신양리에서 촬영. 작년 8월 2일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용. (사진:조선적십자사)
작년 여름에 황해도 일대를 덮친 수해로 파괴된 주택. 황해남도 연안군 신양리에서 촬영. 작년 8월 2일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용. (사진:조선적십자사)

 

◇정치편중의 낭비로 피해는 더욱 확대
작년 12월19일, 17년간에 걸쳐 절대적인 권력의 자리에 군림했던 김정일 총비서가 사망했다. 그로부터 올해 4월말까지의 기간 동안 북한은 정치행사 일색이었다. 김 총비서의 장례식, 세습후계자 김정은 씨의 '지도자 데뷔', '로켓 발사',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100주년 등, 국가적인 이벤트가 연이어 진행됐다.

일련의 행사에는 많은 민중이 동원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비생산적인 '정치적 낭비'가 계속됐던 것이다. 김정은 씨에게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북한정권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이다. 그 때문에 체제유지에 빠뜨릴 수 없는 인민군, 당원, 간부, 그리고 정권에 충성심이 높은 평양시민의 배급을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 우선사항이 되었다.

8월, 중국에 친척방문으로 온 평양 여성은 취재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올해 들어 평양 중심구역은 최근 수년 중에 가장 안정적으로 식량이 배급되고 있다. 매달 노동자들에게는 14킬로, 그 외 사람들에게는 7킬로의 배급을 주고 있다"

한정된 물자를 배급우선대상인 평양에 집중시킨 모양이다.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고 공언한 4월15일에 맞춰 작년부터 급속도로 진행돼 온 평양재개발사업에 귀중한 외화, 자원, 노동력이 집중됐던 것도 명백한 '정치적 낭비'였다.

10만 호를 목표로 한 고층아파트 건설, 거대한 유원지, 돌고래 쇼 시설 등, 불필요한 시설공사가 계속된 탓에 전국에서 동원된 돌격대, 대학생, 그리고 건설노동자들에게 공급할 식량도 대량으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황해도의 농민들은 생산물의 수탈이라는 형태로 이런 '정치적 낭비'의 결과를 떠안게 된 것이다. 만약 평양재개발사업에 쓰인 귀중한 외화가 식량수입이나 영농자재 구입에 쓰여졌다면 올해 황해도에서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정일 총비서의 급사라는 사태도 농민들의 생활에 타격을 준 모양이다. 구광호 기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황해남도 해변 지역의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농한기인 10월 말부터 3월에 걸쳐 바다(서해)에서 조개나 물고기나 해초를 건져 얻는 현금이나 식량이, 봄까지 연명하기 위한 생명줄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사망으로부터 2개월 동안, 통제가 강화돼 바다에 나가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황해남도는 해상의 군사경계선으로 한국과 대치하는 최전선이기 때문에, 정치적 긴장의 영향을 받기 쉽다. 또한 최근 몇 년 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탈출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김 총서비서의 사망으로 인한 전국적인 통제강화의 물결은 황해도에도 밀려와 농민들에게 있어서는 생산물을 수탈 당한데 이어 부수입의 길까지 끊겨버리는 '재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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