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협의는 11월에 국장급으로 격상됐다. 처음에는 '일본인유골문제'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많았다. 북미간에 실시된 미군유골발굴사업(한국전쟁 전사자)에서는 유골당 평균 10만 달러가 지불되고 있어 북한에 있어서는 '외화벌이'사업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측으로부터 '일본인 유골 문제'에 관한 금전적인 요구는 없다. 북일협의의 재개에서 북한측은 '납치문제는 해결 완료'라는 종래의 완고한 자세를 바꿔, '일본의 관심사도 이야기한다'라며 납치 문제를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언명했다.
그 후 12월의 '로켓'발사 강행 때문에 북일협의는 중단됐지만, 기본적으로는 '납치문제를 진전시켜 북일관계 정상화 교섭에 들어간다'는 방향으로 키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예상 밖 '변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1월 들어 중국에 나온 북한무역관계자는 북일문제에 관한 평양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다.
"일본인 납치는 세계에 완전히 드러난 문제다. 겨우 수십 명에 불과하니, 빨리 돌려주고 국교정상화를 추진해 배상금(실제로는 배상금 성격의 경제협력)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상층부를 계속 설득하고 있다. 지금 조선은 석탄 등의 1차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며 외화를 벌고 있지만, 싸게 팔아 치우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고 수출지역도 넓히려 한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 장사할 수 있다면, 납치를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납치를 고집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려는 자세로,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납치 문제가 '김정일 안건'의 '강경책'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면에서의 '탈김정일화'가 시작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