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북한 관영미디어의 노력이 집중되는 곳은 군사적인 면이다. 예를 들면, 김정은의 호칭과 직함이 '경애하는'으로 시작해 '최고사령관 동지', '원수님'으로 마무리된다는 점. 한국과 일본이 자주 쓰는 '조선노동당 제1서기', '국방위원회 위원장' 등의 직함은 나오지 않는다.
사망한 김정일의 경우는 '친애하는', '경애하는' 등으로 불린 뒤 '장군님'이라고 하는 군사 칭호 혹은 '지도자'라고 칭해지는 것이 많았다. 김정은이 관영 미디어에서 '지도자'로 불리는 것은 드물다.
칭호가 군사에 치우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다른 분야에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해외 외교업무를 나갔다 온 적도 없는데다 경제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국제정치무대나 생활 향상을 통해 권위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김정은 집정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년 12월의 '로켓'발사 성공 정도 뿐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군 최고의 지휘자인 것을 반복 강조해 주민들과 군대 안에서의 '애송이'=경력 부족이라는 풍문을 지워 없애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군사면에서의 권위 쌓기는 도를 넘어, 오히려 김정은이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품격과 상식이 있는가 반문하게 돼 버렸다.
2월 핵실험 강행 후 북한은 핵공격, 불바다 등의 격렬한 표현까지 구사해가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질 나쁜 '말 공격'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매우 신경이 쓰이는 점은 관영 미디어가 김정은이 직접 발언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말 공격'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12, 14일에 황해남도의 전선을 시찰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다음과 같은 명령을 크게 전했다.
'자신이 명령만 내리면 적을 한 놈도 남김없이 불안에 쓸어 넣으라', '무자비한 포병 화력 타격으로 적진지를 산산조각 내버려야 한다'
김정일 시대에도 이러한 '말 공격'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그것은 내가 아는 한 기관이나 조직의 이름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 '말 공격'이 권위를 높이기위한 연출이었다 해도, 김정은이 한국 파괴까지 입에 올린 것으로 인해 한국이나 미, 일의 대북 융화파들 사이에서는 '호전적인 김정은이 대화 상대로서 적절한가?'라는 강한 회의가 나올 것이고 이로 인해 김정은의 입지가 매우 나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핵실험 전후로부터의 일련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 젊고 미숙한 김정은이 대본을 쓰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필자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점이다. 대본상의 배역을 연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당국은 '최룡해'인민군 총정치국장이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