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땅 파기 시킨다고 불만고조

북부 지역의 한 도시에서 하천 정리 공사에 동원된 주민들.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부 지역의 한 도시에서 하천 정리 공사에 동원된 주민들. 촬영 아시아프레스

 

작년 11월 북한의 북부지역 양강도에서 광케이블 매몰을 위한 대규모 작업이 진행됐는데, 추운 날씨에 언 땅을 파도록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불만이 대단했다고 한다. 작년11월 27일과 30일에 걸쳐 아시아프레스의 복수의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가 전해 왔다.

11월 27일 양강도 거주의 취재 협력자 강씨는 아시아프레스와 전화 통화에서
"요즈음 까벨(케이블)을 묻기 위해 땅을 계속 파고 있습니다. 언 땅을 까고 파고 하자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혜산시(북한 양강도의 직할시)만 아니고 농촌들까지 까벨 공사가 한창입니다. 직장이고 인민반이고 까벨공사를 하느라고 야단입니다"라고 전했다.

인민반은 북한 사회의 기층 조직의 하나로서 일정한 수의 세대를 묶어 조직된 집단으로, 북한 내부에서 인민반 동원이라 하면 대부분 가정부인이 동원된다고 한다.

인민반까지 동원 시키느냐고 묻는 말에 그는 "어이구, 남자들은 직장에 나가면 직장대로 하고 저녁에 집에 오면 인민반은 또 인민반대로 세대주 동원이고 막 상관없이 내몹니다. 11월 말까진 다 끝내라고 하는데 땅이 얼었으니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한쪽에선 언 땅을 까고 한 쪽으론 땅을 녹이며 보통 일이 아닙니다. 날 따뜻할 때 하지 왜 겨울에 까벨 공사 시키고 지랄이냐고 불만들이 대단합니다. 10년 전 까벨 공사 때에도 추위가 시작돼서 하더니..."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북한의 세대주 동원이라는 것은 집안의 가장, 즉 남편들이 거주 지역에서 제기되는 여러 일에 동원되는 것을 말한다.

양강도 거주의 다른 취재 협력자는 11월 30일, 이번 케이블 공사의 목적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전에 묻은 까벨이 10년을 넘었기 때문에 그걸 새 거로 교체한다는 소리도 있고 집 전화 회선들을 더 늘일려고 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소문으론 일반 집들의 빛 섬유 전화선(광케이블)도 땅에다 묻는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언 땅이 파기 쉽다?
이 계절에 공사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는가 묻는 말에 앞서 예기된 취재 협력자는 "얼지 않은 땅을 파면 옆의 흙이 허물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언 땅을 파라 하겠지요. 허허"라고 야유 섞인 말과 웃음으로 답했다.

이나 저나 땅이 얼어붙은 겨울에만 땅 파기를 시킨다니, 주민들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 광케이블의 도입은 1990년대 말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중국산 광케이블을 수입하여 전국적으로 늘이기 시작하였는데 현재에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북한 내부에서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케이블 매몰 공사인데 모든 것이 부족한 북한이다 보니 케이블을 안전 수칙에 맞게 매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케이블을 아무런 보호시설도 없는 맨땅에 묻거나 케이블의 매몰을 터널화하지 못한 결과 선을 늘이거나 교체를 하려 해도 다시 땅을 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케이블에 잦은 손상을 일으키고 현재와 같은 공사를 반복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