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발행으로 일시 혼란, 원 하락으로 수령의 권위실추 우려?
북한 정부는 8월 1일부터 새로운 5천원 지폐를 유통하고 동시에 구권 지폐와 교환을 개시했다. 5천원은 북한의 최고액 지폐로, 정부는 주민에게 교환기간을 '2017년까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5천원 지폐의 교환이 갑자기 발표되자, 주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났던 것이 북한 내부 취재로 밝혀졌다. (글: 백창룡)
새 지폐로의 교환이 주민에게 처음 전해진 것은 7월 24일. 북부 국경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아시아프레스와 통화에서 "당국이 7월 24일에 5천원 지폐를 새것으로 교환한다고 발표했는데, '구 5천원권은 사용할 수 없게된다'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의 상행위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치의 변동이 심한 '원'보다 중국 '인민원(위안)'가 선호된다. 최고액 5천원 지폐라고 해도, 실세 환율로는 불과 4위안(약 700원)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앞서 말한 취재협력자는 24일에 당국에 의한 신권 교환 예고 직후, 교환 환율이 '100위안 당 12만 5천원에서 16만원으로 급상승했다'고 말한다. 약 30%나 급등한 것이다.
◇'지폐교환'? 5년 전의 '화폐개혁'과의 차이는
주민들이 중국 인민원으로의 교환을 서둘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 배경으로는 2009년 11월 30일에 전국에서 단행된 '화폐개혁'이 주민들에게 가져온 절망적인 경험 및 '트라우마'의 존재를 지적할 수 있다.
북한 정부는 당시, 통화 원을 100분의 1로 평가절하해 새로운 지폐를 발행하는 동시에 교환 한도는 10만원까지로 설정했다. 이 때문에 시장활동을 통해 10만원 이상을 저축한 사람들의 재산은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자살자도 속출하는 등 서민 경제에 있어서는 미증유의 큰 타격이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최악의 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야기를 지난달로 돌려보자. 주민들은 수중의 5천원권이 2009년처럼 가치가 없어져버린다고 생각해 허둥지둥댔다. 하지만 이를 접한 북한 당국은 바로 손을 썼다. "새로운 지폐유통이 발표된 다음 날인 25일, 당국은 '제3방송'을 통해 '구지폐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유언비어다. 교환이 모두 끝날 때(2017년)까지 이전과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때문에 그날 환율이 원래의 12만 5천원까지 떨어졌다"(앞서 말한 취재협력자)
'제3방송'은 당국으로부터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각 호에 설치된 유선방송.
이런 당국의 설명과 북한 국내에서의 취재로부터 볼 때, 이번 신권발행은 단순한 '지폐교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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