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수확으로 빈곤층은 한숨 돌려
가을 수확기를 맞이한 북한에서, 식료품의 최신 가격정보가 도착했다. 9월 25일에 북한 북부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시장에 가서 조사해 보내준 것이다. (백창룡/이시마루 지로)
올 봄 북한 전역에서 1킬로당 4000~5000원에 거래됐던 북한산 백미 가격이 7월에는 6000원대로 급상승해 주민들은 물가 상승에 불안감을 갖고 있었지만, 가을 수확기가 가까워진 이후에도 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표는 각종 식료품의 시장가격이다.
9월 25일 현재, 이 지역에서의 실제교환 환율은 현금의 경우 중국 인민1원이 북한 돈 1300원.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1320원 정도다. 한국 원으로 환산하면 북한 돈 1000원은 약 76원 정도다.
조사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더한다. 위 표를 보면 감자가 1킬로에 북한 돈 4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한국 원으로는 30원 정도다. 이것은 이 취재협력자가 조사한 시장이 감자 생산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수확기이기 때문에 최저가격이다"라고 한다.
도시에서는 이 지역에서 운송되기 때문에 가격이 2배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소금 가격도 800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간장 등 조미료가 귀중한 북한에서는 서민들 대다수가 주로 소금만을 사용하고 있고, 긴 겨울과 춘궁기에 대비해 김치나 무우절임 등을 만드는데 많은 소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있어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다.
'속도전 가루'라는 낯선 식품도 팔리고 있다. 이것은 옥수수 가루에 설탕 등을 섞은 것으로, 물을 넣고 저으면 수십 초 안에 떡처럼 된다고 한다. 농촌 동원 등에 갈 때 휴대한다고.
또한 표에도 나와 있지만, 대부분의 식료품이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다. 조사한 시장이 중국과 가깝다는 점도 있지만, 사회 일반적으로 중국 위안화가 당당히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촌의 피폐는 여전
새 감자가 나돌아 한숨 돌린 것 같지만,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북부지역 농촌의 식량 사정은 매우 심각했다.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지난 7월에 양강도 농촌지역을 조사해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한 바 있다. "농촌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감자 '까리'로 국수나 떡을 만들어 먹는다. 그조차도 살 수 없는 가난한 집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은 이웃집에서 음식을 훔쳐 먹는 수밖에 없다"
※'까리'는 감자에서 전분을 뽑아낸 찌꺼기로, 감자 껍질을 비롯한 섬유질이 대부분이라 맛은 쓰고 영양가는 없다. 주로 가축 사료로 이용한다.
곡창지대인 황해도가, 가뭄에 따른 흉작이 심각하다고 한다.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 농촌 식량사정이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