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 몰수, 조직 해산까지 경고, 바다의 '자유공간화'도 두려운가
◇ 수산업은 돈과 권력이 모이는 장소...장성택의 숙청 원인이 되기도
포고문의 2장에서는, '바다 출입 질서를 어기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경계해상, 어로금지선에서 불법으로 물고기를 잡지 말라는 것과 불법 바다 출입 및 생산활동 금지, 바다에서의 범죄 행위 금지 등을 세부 내용을 통해 경고한다.
북한에서 수산업은 자금력이 있는 상인들이 모이는 업종이라고 알려질 정도로, 돈을 벌기 위한 불법 투기가 많은 분야이다. 무허가 기업이 배를 가지고 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개인도 국가 기관에 불법으로 배를 등록하고 공공연히 생산활동을 한다.
국가 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합법적인 외화벌이 무역 기관 뿐 아니라, 군부나 당, 사법기관들도 더 많은 수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기도 한다. 2013년 말에 발생한 장성택의 숙청도, 수산자원을 놓고 김정은 측근과 마찰이 생긴 것이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
북한 동북부에 위치한 함경북도 나진지역에서 수산업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현재 국가 기관에 개인 배를 등록한 선주들의 싹쓸이 어로업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어 러시아 영해까지 침범하고 있다. 러시아 해안경비대에 잡혀 영사관을 통해 추방되는 일이 빈번했다'고 증언한다.
상인들은 국가 기관에 자신의 배를 등록하는 대가로 월 수입의 20~30%를 상납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본인이 관리하는데, 수익률이 좋다. 국가보위부 소속 기관에 등록된 배들은 '보위부배'라고 불리며, 기본적인 통검 절차도 없이 바다에 마음대로 출항하고 있는 실태다.
이렇게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비도 갖추지 못한 배들은 조난 당하거나 통제 밖에 있는 배를 타고 탈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바다 출입 질서에 관한 포고 내용이 시사하는 것은 첫째로, 북한 당국이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차량 등록 위반과 마찬가지로, 어업 이권의 무질서로 인해 경제 활동의 통제가 느슨해져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당국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해양이라는 공간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출입하는 '자유공간화' 등 공안질서의 이완(弛緩)에 대한 위기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장(章)에서는 감독 기관의 통제에 잘 따를 것과 통제기관의 비리를 경고하고 공민들이 자각성을 갖고 위반 행위에 대해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북한 포고문의 관례대로, 행위자들에 한해 정해진 기간 내에 자백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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