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외국인 여행자는 일일이 '외화와바꾼돈표'로 환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당국이 정한 '코스' 외 다른 장소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었다. 외화는 현금으로 지불하거나 경우에 따라 실세를 무시한 '국정 환율'로 환전할 것을 강요당했다. 다만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종업원이 몰래 '실세 환율'로 환전해 주는 것도 있었다.
'외화와바꾼돈표'가 폐지된 후 평양을 중심으로 외국인을 상대하는 상점 및 시설에서는 북한 원 가격표와 함께 '국정 환율'에 의한 외화(주로 유로화) 가격표도 함께 제시됐다. 평양 시내에 많은 서비스 시설은 '국정 환율'에 근거해 외국인에게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들 중에는 손에 든 외화를 시장에서 '실세 환율'로 교환해 몇 십배로 차익을 얻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국가의 수중에 들어갈 외화는 줄어들고, 반대로 많은 외화가 시장에 흘러나오게 됐다.
◇ '나래카드'는 '외화와바꾼돈표'의 부활
다시 '나래카드'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나래 카드는 2010년 12월에 등장했고, 외국인용과 내국인용의 구별이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가게가 해마다 늘어 함흥시나 원산시 등 지방 도시에서도 외국인 전용 호텔이나 식당에서 사용 가능한 곳이 있다.
또 김정은의 특별한 관심사로 건설된 마식령 스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나래카드'는 급속히 확대된 시장 경제에서 퇴출된 '외화와바꾼돈표'가 전자화되어 부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입된 외화를 모으기 위해 전산화된 새로운 외화 관리 시스템이다. 그 표적은 외국인과 외화를 많이 갖고 있는 신흥 부유층, 이른바 '돈주'들이다.
명세서를 제공해 준 중국인 여행자는 '나래카드'로 고려호텔, 고급식당, 평양안경상점, 택시 등을 이용했다. 모두 외국 못지 않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인만큼, 북한 일반 서민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며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가볼 일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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