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대 국제 스포츠 역사에서 국가나 인구 규모에 비해 눈부신 실적을 자랑해 왔다. 체육을 정권의 위상을 떨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아, 선수의 발굴 및 육성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생활고에서 오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등의 난무가 북한 체육계의 기둥을 좀먹고 있다. 이 글의 집필자인 김국철 씨는 약 30년간 북한 체육계에 근무한 인물로, 2011년에 탈북해 지금은 국외에서 살고 있다. 체육 전문가로서의 귀중한 체험을 기고 받았다. (기고 김국철/ 정리 리책)
북한의 모든 체육단 선수는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을 하면서 훈련과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훈련은 종목별로 감독이 작성한 훈련 계획에 근거하는데, 계획은 일반적으로 2~3년 후를 내다 본 '전망훈련계획', '년간 훈련계획', '월, 주 훈련계획'으로 나뉜다.
감독은 훈련 시작에 앞서 선수들 앞에서 여러 훈시를 해야 하는데, 그 첫머리에는 반드시 김정일의 '말씀' 전달과 그(김정일)에 대한 '위대성 교양'이 들어간다. '위대성 교양'은 김정일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간임을 나타내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감독은 그날 훈련 계획과 일치하는 내용의 '말씀'과 에피소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습니다. '권투는 싸우는 조선인민의 정신을 반영한 좋은 종목입니다'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이 말씀은 김정일 동지께서 ○○년 ○월 ○일 ○○체육관을 현지지도 하시면서 권투 감독들에게 하신 말씀인데 장군님(김정일)께서는 당시 감독들이 선수 지도에 있어서 제기되는 여러 난 문제들에 대해 완벽한 해결 방도를 가르쳐 주시였습니다. 그 방도는…"
독자 중에는 "스포츠 종목이 다양하고 훈련 방식도 여러가지인데 체육에 대해 언급한 김정일의 '말씀'이 그렇게 많은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북한에는 각 분야별 김정일의 '말씀집'이 편찬돼 있어 체육부문에 관한 것도 물론 있다. 그 목차를 보면 구기종목과 육상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고 그 안에 또 종목별 '말씀집'으로 나뉜다. 그리고 종목별에 대해서도 '사상, 기술, 전술' 등의 항목으로 편집돼 있다.
감독은 그 중 그 날의 훈련 계획에 맞는 '말씀' 내용을 고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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