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제1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축구, 농구, 스케이트 등의 스포츠 기재. 이는 진열용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2011년 8월 구광호 촬영 (아시아프레스)

 

이들의 망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 팀의 총기는 경기장 내에서도 유난히 주목 받았다. 형식이 극히 낡았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뜯어 맞춰 원형(메이커)을 분간할 수 없는 총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의 감독은 경기 전 북한 선수들의 연습 사격을 보고 '그런 총으로 목표를 잘 맞히니 우승은 문제없다'라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일종의 야유인 셈이다.

실제로 이 경기대회 속사 권총(rapid fire pistol) 종목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북한 사격 명수가 총의 고장으로 경기에서 패한다. 총이 너무 낡아 경기 중 격발 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라면 이런 상황은 경기 포기와 이어지지만, 북한의 선수는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도 총기가 자주 고장 나기 때문에 고장을 재빨리 고치고 사격을 계속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때도 수리 후 사격을 빨리 재개 했지만, 타임 오버가 돼버렸다고 한다.

낡은 총기의 문제점은 대회 참가 전부터 제기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대회 참가에 앞서 팀 관계자들이 당시 군 체육 통수권자였던 최부일에게 새로운 사격 기재 구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청원한 결과 예산이 나와 자금을 가지고 이 대회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의 스포츠 총기 회사들은 '북한에 총기를 팔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은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었다.

대회에 참가했던 관계자는 나에게 '한마디로 이번 대회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라고 의분을 토로했다.

눈물겨운 노력으로 기술을 연마했지만 국가의 이미지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선수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제1부 끝. 제2부는 2016년 후반에 재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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