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판 ‘대역’이 된 친구
생활총화 시작 시간이 되고 30여명의 동료가 직장의 한 방에 모였다. 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부장이다. 우선 부장이 말한다.
‘알다시피 수령님(김일성)의 탄생일이 다음 주가 아닙니까. 사회 전체가 이 민족 최대의 명절을 높은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해 들끓는 시기에 토론자들도 여기에 맞게 적극적으로 참가해주기 바랍니다’
이어 한 동료가 일어서 자아 비판을 시작했다. 발언 순서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항상 같은 흐름이다. 몆몆 동료에 이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노트에 적어둔 내용에 부장이 서두에 했던 말도 덧붙여 자기 비판을 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는 사회적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출퇴근 질서를 잘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사회의 분위기에 맞게 혁명과업 수행에서 전환을 일으키겠다’라고 토론을 끝냈다. 이에 대한 부장의 설교는 예상대로 극히 간단했다.
‘동문 왜 그 정도의 질서도 지키지 못하나. 아이도 아니고. 조금 늦게 퇴근하고 아침에 몇분 빨리 오면 되겠는데, 그게 다 혁명적 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쪽잠에 줴기밥(주먹밥)을 드시며 사업하시는데 그의 혁명전사인 우리가 동무처럼 그렇게 해이한 생활을 해서야 되겠나. 고치라’
나는 안도의 숨을내쉬며 결함을 고치기 위한 결의에 충만된 듯한 억양으로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앞에서 약속한 친구에 대해 상호비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원래 대로면 다음 토론자로 넘어가야 겠는데 이날은 달랐다. 부장이 내가 상호비판한 친구를 향해 맹렬한 비판을 시작한 것이다.
‘박 동무 좀 일어서라. 나만 그렇게 본게 아니고 다른 동무들도 다 같은 생각이라는거야. 이 동무(나를 말하는 것)가 당신의 결함을 정확히 지적했단 말이야' 나의 상호비판 내용을 빗대고 시작된 부장의 비판은 친구가 교육자로서 기본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했고 또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는 교원을 혁명가로 내세워준 수령과 당의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로 교원 자격도 없다는 식의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친구에 대해 비판한 것은 교육자로서 자질을 높이기 위한 학습을 잘 하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짧은 비판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설마 이렇게 까지 번질 줄은 몰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장과 내 친구는 사이가 좋지 못 했다. 이것을 예견 못한 결과 부장이 나의 상호비판을 빌미로 그를 공격해 나선것이다.
부장의 욕은 ‘자질을 높이기 위한 학습 상황을 매일 보고하라’라는 결론으로 끝났지만 친구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래도 그는 생활총화가 끝나고 밖에서 만나자 ‘야, 너 오늘 맥주 10 L 내라. 그러지 않으면 죽어. 허허허’라며 웃는 것이였다. 나는 이날 이후 상호비판 대상자를 고르는데서 더 심사숙고 하게 됐다.
소위 부장이란 사람이 생활총화를 빌미로 평직원에 개인 악감으로 욕한다는 것은, 게다가 나중에 알기론 부장이 나의 친구를 싫어한 이유는 자신에게 뇌물을 잘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속)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