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북한 북동부에서 발생한 수해로 함경북도 연사군의 한 개 리가 사라지는 등 두만강 인근 지역이 큰 인명 피해를 입으면서 당국이 피해지의 모자라는 인력보충을 위해 이주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지역인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21일 전했다. (강지원)
취재협력자는 전화 보고에서 "이번 수해에 연사군, 무산군, 남양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 농장 구성이 안 되는 곳이 많아 타 지역에서 이주자를 선발해 피해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연사군 쪽에는 한 개 리가 다 없어져 농장 자체를 구성할 수 없는 상태고 무산에도 500명 이상이 이주해 온다고 한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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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이주자 선발과 입주 사정에 대해서는 "길주군, 김책시, 혜산시 등에서 해당 지역 보안서(경찰서)가 못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데 대부분 집없는 꼬제비, 방랑자, 해당 지역에 거주 수속이 안돼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 보낸다. 집은 부족한 인력이 이주해 올 것을 예견해 추가로 건설됐다"라는 것이 협력자의 설명이다.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도 "재해 지역에 이주시키기 위해 혜산시 내의 집 없는 방랑자 등을 선발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주민들에게 지원할 생필품은 당국이 주민들에게 강압적으로 걷는 모양새다.
"국가적 지원은 없고 선발 지역에서 이주민에게 지원하라고 강요해 한 가구당 9천 원, 1만 원을 걷고 못 사는 집에서는 5천 원씩 돈을 바쳤다. 이외 입던 옷이나 안 쓰는 그릇가지를 모아 보낸다는데 무산에서도 자발적으로 바치라고 한다"라고 협력자는 말했다.
또한 이주자들이 입주하게 될 살림집은 "내부 공사가 전혀 안 돼 있지만, 집 없던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만족해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협력자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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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지난 9월 중순 피해현장을 방문한 국제구호 대표단에 "함경북도의 홍수피해로 138명이 숨지고 400명이 실종됐다"고 밝힌데 이어 국제지원 단체들도 이것을 그대로 인명 피해 수자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개 리가 떠내려가 없어지는 등 피해지역에 사는 협력자들의 보고를 종합해 볼 때 북한 당국이 피해 규모를 축소 발표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사망, 행방불명자가 수천 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축소 발표한 것은, 재해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국제사회와 내부 주민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제라도 국제단체의 피해 조사를 허가하고 피해지역 복구에 성의있게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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