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8일. 5명의 탈북 난민이 심양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 했던 이른바 '한미 양'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이 사건의 1년 반 전부터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잠복 생활을 하던 김한미 양의 일가 10여명을 취재했다.
일가는 공안에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잠복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은신처 안에서 일가 전원은 우울과 조바심으로 애태웠다.
보채는 한미 양에게 어머니 리선희 씨가 젖을 주며 달래자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던 집안은 온화해진다. 한미 양을 바라보며 젖을 주는 젊은 어머니의 옆모습은 훨씬 아름다웠다.
관련기사: <북한사진보고> 가엾은 북한 여성들6 시장에서 몸을 돌보지 않고 싸워온 여성들
끝이 보이지 않는 잠복 생활과 결별할 결심을 한 일가는 심양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결행한다. 선희 씨는 한미 양을 업은 띠를 단단히 조이고 1m 정도 열려 있던 대문으로 진입하려 했다.
진입은 경비를 서던 무장경찰대에 의해 저지당했지만, 자초지종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중국 정부는 '인도적 조치'로 일가의 출국을 허용했다.
어머니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심정은 당연하게도 일본, 한국, 북한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시마루 지로)
관련기사: <북한주민 인터뷰> 집단 탈북 여성, ‘잘 갔다, 여긴 낙(樂)이 없어’, 늙은이들은 김정은에 ‘쪼끄만 게’ 비난
【관련기사】
◆ 김정은 시대의 어린 꼬제비들. 거리를 헤매는 아이의 모습은 사회 면모를 비춘다… 김정은은 구둣발로 고아원 시찰
◆ <북한사진보고> 버림받는 노인들(5) 늙은이를 밥통으로 취급하는 “경로의 나라”
◆ <북한주민 인터뷰> 13명 집단 탈북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도망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