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당국의 대응은-시장의 추인(追認)
공장 등에 근무하는 도시 주민들은 두절된 배급을 그냥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불법 행위인 장사에 힘을 쏟았다. 한편 당국은 통제 경제로 되돌리기 위해 시장 억제에 나섰다. 그렇다 해도 대체하는 경제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단속과 탄압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권은 마침내 상행위를 제도적으로 추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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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7월 1일. 김정일 정권은 갑자기 새로운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날짜를 따서 '7.1경제관리 개선 조치'(이하 7.1조치)로 불린다. 사회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최대의 실리를 도모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형식일 뿐 실태를 반영하지 않은 공정 임금과 소비 물자의 가격을 시장의 실세 수준으로 일률적으로 인상한다.
2.기업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자립 경영을 촉진한다.
3.확대를 계속해 온 암시장을 폐쇄한다.
4.식량 등 인민 소비 물자의 유통을 다시 국가에 의한 공급제로 돌린다.
기업의 채산성을 꾀하는 등 일부에 개혁적 요소가 보였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연구자, 미디어 중에서는 '북한식 경제 개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실체는 '경제개혁'과 거리가 있었다. '7.1조치'는 식량이나 소비 물자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예상이 없이 암시장을 강제 폐쇄함으로써 암거래가 지하로 숨어들게 되어 하이퍼인플레(hyperinflation)를 발생시키는 등 대혼란을 초래했다.
북한 당국은 갑자기 돌변하여 이듬해인 2003년 3월에 암시장을 '종합시장'에 재편하고 상행위를 합법화했다. 생산이나 유통, 배급제도의 정상화에 목표가 서지 않는 가운데 성장을 계속하는 암시장을 관리, 통제해 오히려 여기에서 이윤을 얻자고 생각한 것 같다. '7.1조치'로 한번 더 암시장에 타격을 주고 자신들에게 편리한 '시장 룰'로 다시 만든 '종합시장'으로 재편했다고 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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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국 각지에 있던 암시장은 매장을 갖추고 '종합시장'으로 명명되어 합법화됐다. 상인들은 '장세'로 불리는 자릿세를 인민위원회의 시장관리과에 지불하고 영업하게 되었다. 상인들은 대략 폭 80센티의 매장 경영자가 됐다. 하지만 남자는 정년 퇴직한 노인 이외는 상행위가 허용되지 않았다. 생산도 여의치 않고 배급도 나오지 않는데도 직장의 이탈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상인의 대부분은 여성, 남성은 은퇴한 노인 뿐이었다. 여성이라 해도 직장을 가진 사람이 '종합시장'에서 장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부양'으로 분류되는 가정 주부만이 허용됐다. 그러므로 여성이 장사하는 데는 45살 이상 등 연령 제한을 정했다. 이 연령 제한은 종종 변경, 철회를 거듭했고, 2016년 7월 시점에서 여성의 상행위에서 나이 제한은 없어진 것 같다.
종합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물건의 대부분은 식품류를 제외하고 거의 중국산이었다. 국내 공장이 생산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값싼 중국 상품이 대량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우선 물류 거점의 도시가 된 신의주, 나선, 청진, 평성 등으로 운반되어 이 곳에서 다시 지방으로 도매되고 있다. 반대로 중국에는 해산물과 약초재료, 고철, 파동 등이 각지에서 모아져 수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역활 분담, 경쟁이 생겨나 북한의 시장경제는 고도화, 다양화되고 있다.
시장경제라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운송, 부동산, 정보, 노동력 등 모든 것이 상품으로서 거래의 대상이된다. 북한에서의 다양한 시장 경제의 전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계속)
<북한 시장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 기사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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