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1) >>
5 시장경제 확대에 의한 사회 변화
시장경제의 급속한 확대로 북한 사회의 구조는 크게 변화하게 됐다.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북한 정권의 국민 통제가 세계에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 통제 시스템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5-1 칼로리 지배='양정'의 종언(終焉)
개인의 식량 매매를 금지시키고 국가가 혼자서 독점 관리하는 배급제도가 '양정(糧政)'이라고 불렸다는 것은 전 회에서 말했다. 요컨대 이것은 '먹여주니 말을 들어라'라는 시스템이다.
2016년 1월 시점에서 국가의 식량 배급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곳은 국영 광산이나 군수공장 등의 노동자, 군인, 공안기관, 당이나 행정관료, 평양시민 등 정권의 우대로 통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대상 뿐이다. 이 '우선 배급 대상'은 북한 국민의 20~30% 정도라고 필자는 추정하고 있다. 이 외의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활동을 통해 자력으로 현금을 마련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2
'양정'이 파탄나면서 나타난 것은 직장의 이탈이었다. 일을 해도 생활에 필요한 배급도 월급도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밖에서 뭔가의 상행위를 하거나 노동력을 팔아 현금이나 식량을 얻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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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철도 노동자의 국정 월급에 대해 언급했지만, 행정, 당 관리, 경찰, 교원 등도 같은 실정으로 시장에서 옥수수 1Kg 살 수 있을까 말까하는 수준이다. 이들 공공의 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현금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활동하거나 뇌물, 횡령 등 비리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함경북도의 한 지역에 있는 종합시장의 물가. 2016년 1월 아시아프레스가 조사. 식품은1Kg당 가격. 댤걀은 한 개 당 가격. 실세 환율은 1미국 달러=8,200원.
직장 이탈 현상에 대해 당국은 구속, 단기 강제노동이라는 엄중한 태도로 대응한다.※3 북한은 주민 통치에 있어서 요점의 하나인 '조직생활'이 공동화(空洞化)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후술) 하지만 월급도 배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므로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정은 기업소의 간부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돈을 기업소에 낸 사람에게 시간을 주는 운용이 벌어졌다. 즉 돈을 주고 출근한 것으로 허가 받는 것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각 기업소에게 있어서 현금 수입은 귀중한 것으로, 근로자에게 일정액을 걷는 대신 시간을 주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었고 합리적이었다. 직장의 공인이므로 노동자는 나무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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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성은 종합시장에 앉아 장사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을 받으면 머리를 굴려 큰 장사를 한다. 예를 들면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농촌에서 도시로 쌀과 농산물을 운반하는 등 물자를 나르며 도매하는 일('되거리', '되넘기'라고 불린다)이나 하역, 건설, 인테리어 공사 등 사적 고용의 육체 노동이다. 자신이 리어카를 사서 짐을 나르는 모습도 많다. '양정'의 종식으로 노동당이 관리할 수 없는 자유상인, 자유 노동자가 출현한 셈이다.
※2 중국과의 합작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원자재나 노임의 '자체 해결'(자력 해결을 의미)을 요구 받고 운영하는 공장과 식당 등의 기업소에서 종업원에게 일정한 식량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의 배급제도와 비슷하지만, 다른 '보수의 현물 지급'이다.
※3 복장 등의 풍기 위반, 직장 이탈 등 사회 규율을 어지럽힌 자에게 보안서(경찰)의 권한으로 재판없이 6개월 미만의 강제노동에 종사시키는 구속 시설을 '노동단련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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