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도로에 줄지어 늘어앉아 채소를 판다. 협동농장이 아닌 개인이 재배한 것.
아파트가 도로에 줄지어 늘어앉아 채소를 판다. 협동농장이 아닌 개인이 재배한 것.

 

1995~2000년 북한 전역을 뒤덮은 사회 혼란과 대기근으로 200~300만에 달하는 사람이 굶주림과 병으로 죽었다고 나는 추측하고 있다. 후세에 이 수 년간이 봉건시대와 일제강점기조차 능가하는 조선 역사상 최악의 시대로 기록되리라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이시마루 지로)

소름 끼치는 90년대 후반 대기근의 인상이 강렬해서인지 북한은 지금도 아사자가 대량 발생하고 있는 '기아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또 북한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정도의 폐쇄 국가여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사상 주입을 받는 만큼 김정은이 '우로 돌아'라고 명하면 세뇌된 로봇 같은 국민 모두가 우로 보는 그런 '북한 이미지'가 세계에 고착되는 것 같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북한 사회는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아직 생활이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들다 해도 대량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은 없어졌다. 오히려 도시에서 장사 잘하는 주민 중에는 간부도 아니지만, 또 식량배급도 전혀 없음에도 세끼 쌀밥을 먹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배급제가 붕괴된 후 민중은 살아남기 위해 당국의 통제에서 이탈해 멋대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자연 발생한 시장은 확대일로로 이 신흥 시장을 통해 북한 국민의 대부분은 배급이 없어도 식량에 접근하는 법을 손에 넣은 것이다. 폐쇄 체제는 여전하지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상품과 정보에 의해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변화했다.
관련기사: 북한 시장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1) ~내부영상 자료로 고찰한다~ 이시마루 지로

담뱃잎과 말아 피우기 편리하게 자른 노동신문을 팔고 있다. '읽어도 소용없으니까'라는 촬영자.
담뱃잎과 말아 피우기 편리하게 자른 노동신문을 팔고 있다. '읽어도 소용없으니까'라는 촬영자.

 

소개하고 싶은 것은 조금 이전의 사진이지만, 북한 내부의 취재 파트너 장정길 씨가 2008년 여름 평양시 외곽에서 촬영한 것이다. 아파트 앞, 주택 밀집 지대의 골목 등 사람의 왕래가 있는 장소에는 어디든 장이 선다. 20여 년 전까지 북한에는 소규모 농민시장 외는 존재하지 않았다. 쌀 등 식량의 상거래는 범죄로 엄격히 처벌했다. 지금은 전국에 시장에 생기고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지 장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 통제 불능의 시장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체제의 운명과 관련된 중대 문제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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