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볼 수 있는 것, 보지 못하는 것> 기사일람
외국인의 행동 범위는 '1호 도로'의 안쪽 뿐
북한을 찾는 외국인에게는 행동의 자유가 전혀 없다. 자고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안내원'이라는 이름의 감시가 붙는다. (다만 경제특구인 나선특별시 지역은 외국인이 안내원 없이 어느 정도 이동이 허용되고 있다)
외국인이 볼 수 있는 평양이라는 것은 중심부의 일부 지역. 기본적으로 '1호 도로'의 안쪽과 주변 뿐이다.
김정은과 직접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1호'라는 접두사를 붙인다. 예를 들면 '1호 행사'라고 하면 김정은이 직접 참가하는 행사를, '1호 열차'는 김정은이 탄 열차, '1호 도로'는 김정은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로다.
평양에 거주했던 탈북자로 도시 설계사업에 관여했던 한정식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평양 중심부를 지나는 '1호 도로'의 안쪽 지역은 어디를 봐도 깨끗이 정비된 광경만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외부에서 평양을 방문한 자는 기본적으로 이 '1호 도로'의 안쪽에서 벗어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1호 도로'로는 천리마거리, 통일거리, 광복거리 등이 있고 주로 중구역, 평천구역, 대동강구역, 보통강구역, 모란봉구역, 만경대구역과 같은 평양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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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곳에는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광경만 펼쳐져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은 '1호 도로'의 안쪽이라면 사진이나 비디오도 별 제약이 없이 촬영할 수 있다. 혼자 돌아다닐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평양역이나 고려호텔 등 외국인용 호텔의 주변과 지하철, 노면전차가 운행되는 얼마 안 되는 범위이다. '1호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책망을 받게 된다.
필자는 1995년에 한 번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단체관광에 끼어 4박 5일, 여행 대금은 25만 엔이었다. 투어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계속 단체 행동이어서 자유가 없다고 들었기 때문에 평양에 도착한 다음날 사전 '계획대로' 아침을 먹은 뒤 복통과 설사를 호소하고 혼자 호텔에 남기로 했다. 물론 단체 일행이 관광을 떠난 뒤 혼자 시내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정오 전에 몰래 호텔을 빠져나온 뒤 가슴에 카메라를 달고 광복거리의 시내 중심을 향해 마구 걸었다. 카메라 때문인지 지나가는 평양 시민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언잖은 듯한 눈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그 다음은 전혀 무시. 혹은 힘끔힐끔 보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눈을 돌리고 모르는 체한다.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 아이들은 갑자기 거리에서 희귀 동물과 조우한 것처럼 노골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주시한다. 그러나 역시 시선이 마주치자 놀란 듯 도망 간다. 나의 존재를 신경 쓰면서도 평양 시민은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외화 전용 상점에 들른 뒤 40분 정도 걸어 내국인 전용 상점에 들어갔다. 상점 안은 어스름한데 사람도 물건도 많았다. 2층에 올라가자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점원이 뒤에 바싹 붙었다. 신발과 통조림을 파는 코너를 한 바퀴 돌았을 때 "선생님은 무엇을 찾으십니까?"라고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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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선에만 있을 선물용 상품을 찾습니다"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청년호텔 매점에 가세요. 자, 갑시다"
여 종업원들에 둘러싸인 뒤 두 팔을 잡힌 채 계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그대로 이끌려 호텔에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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