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방에 돌려 보내진지 1시간 남짓, 나는 이들의 의도에 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호텔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눈에 띄지 않도록 카메라를 두고 나왔다. 호텔을 나오자 마침 전차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올랐다.

혼자 운전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중국처럼 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10전이라고 적힌 오렌지 색의 운임 통에 승객은 표 같은 것을 넣고 있었다. 무임 승차하기에는 창피해 외화 전용인 태환권을 넣었다. 차 안은 생각보다 조용해서, 오사카와 한국 지하철 쪽이 훨씬 시끄러운 편이다. 왠지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소리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파가 서있었지만, 아무도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

창밖을 보니 노면전차는 평양 역을 지나 아파트가 밀집된 거리에 들어섰다. 여기가 어딘지 짐작도 못한 채 뛰어내려 큰길과 면한 아파트에서 재빨리 골목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편안한 표정이었다. 길가에 주저앉아 담소하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중심가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노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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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게 말도 걸었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매정하게 반응하지 않았고 서로 난처해하지 않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중년 남성이 "어디서 오셨나요? 외국인 선생이 위험에 처하면 안 되니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라면서 또 호텔로 데려 갔다.

이 체험담을 중국에서 만난 탈북자들과 평양 거주의 취재협력자에게 말하자 "신고 당한 거에요"라며 웃었다. 외국인이 올 수 없는 곳에 나타나면 인민반(말단 행정조직. 일제 시기 십가장 제도와 같은 조직)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평양을 여행한 때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났지만, 평양에 사는 협력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금도 상황은 같아요"라고 말한다.

독자 여러분도 혹시 평양 방문 기회가 있어 그 곳에서 자유 시간을 만들면 과감하게 '1호 도로'의 바깥 쪽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대동강의 동쪽, 사동구역, 력포구역이나 형제산 구역 등은 고층아파트가 얼마 없고 단층집이 많다. 살고 있는 것은 거의 노동자이고 간부는 적다"

평양에서 탈북해 현재는 일본에 살고 있는 백창용 씨의 설명이다.

평양에 사는 평균적 서민의 삶의 일부분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신고되어 호텔에 끌려갈 것은 각오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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