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는지 농촌동원 작업 중간에 누워 쉬고 있는 여성. 2013년6월 북부지역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농번기가 되면 전국의 주민에게 무보수로 농촌지원을 강제하는 북한이 올해도 모내기 철을 맞아 주민들을 농촌동원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북부 국경 지역에서는 동원에 불성실한 주민은 '적의 책동에 동조하는 자'로까지 매도하는데다 보위부의 불법전화 단속도 지속되고 있어 지역 분위기가 살벌하다고 북한 내부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강지원)

15일 북한 북부 지역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협력자가 전한 지역 실태는 다음과 같다.

"지금 농촌동원 때문에 단속이 너무 심해요. 매일 아침 부양(전업주부)들을 동원에 끌어내느라 여맹(조선민주여성동맹)에서 볶아대고 있어요. 인민반회의에서도 '올해 농사가 잘되어야 제국주의 경제봉쇄를 이겨낼 수 있다'라며 '숟가락을 들 수 있는 사람이면 다 나오라'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전업주부는 여맹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인민반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농촌동원에 이유없이 빠지거나 핑계대고 빠지는 것은 놈들의 경제봉쇄에 동참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매일 불러내고, 없으면 빠진 사람 몫까지 그 조에 맡겨 시키는데 빠질래야 빠질 수 없게 만들어 놓았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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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 있는 사람은 뇌물로 농촌동원을 기피하고 있다. 다른 취재협력자는 "'후방사업'의 명목으로 하루 빠지는데 중국 돈 5~8원 정도 지불한다"고 한다. 북한의 서민에게는 결코 싸지 않다.

주민의 장사나 이동 통제도 강화된 모양새다.

협력자는 "보안서(경찰)는 타지방에서 온 사람들 속에 여행증명서 기일이 지난 사람, 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잡아 무조건 밭에 내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달리기(도매상)들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지역의 삼엄한 단속 상황을 전했다.

한편 김정은의 지시로 국경지역에서 5월부터 시작된 국가안전보위성의 불법전화(중국 휴대전화) 단속이 여전히 살벌한 분위기 속에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북한 북부의 다른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위부가 이번 불법전화 단속은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뿌리 뽑는다고 한다. 중국과 전화한 사람은 물론 그 주변 인물까지 다 잡아가 취조하는데 숨을 곳이 없다. 요즘은 이전에 불법전화로 법적 처리를 받은 전과자까지 다시 불러들여 '서약서'를 쓰게 한다"

'서약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협력자는
"자필로 지난기간 잘못했던 내용을 쓰고 '법기관에서 관대히 용서 받았다, 다시 이런 짓을 하면 그 어떤 법적 처벌도 이의 없이 받겠다'는 내용인데 여기에 날짜와 손도장을 찍는다. 전과가 있는 사람은 다 씌우는 것 같은데 손발이 떨려 겨우 쓰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내부에 중국의 휴대전화를 보내 국내 사정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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