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오사카에 사는 탈북자들의 식사 모임에 참석했다. 조선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일본인 배우자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온 것을 주위에 말하지 말아달라고, 파트너로부터 부탁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탈북자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조금 슬펐다. 일본 안에서의 북한을 보는 눈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일본사회의 북한에 대한 반발은 일본인 납치 범죄가 표면화 된 2002년 이후 강해진 것이지만, 요즘 세간의 분위기는 더욱 배타적이고 음습하며 험악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표류어민에 공작원은 없다
작년 북한을 둘러싼 우울한 현상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11월, 12월에 북한 어선이 일본 연안에 잇따라 표착했을 때의 반응이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작선이 아닐까?"
"타고 있던 것은 군인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미디어로부터도 마찬가지다. 거칠어진 겨울의 동해에 나뭇잎같이 작은 목조선에 공작원을 태워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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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는 불안을 부채질했다. 자민당 참의원인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씨는 11월 30일 예산위원회에서 어민 중 천연두에 감염된 사람이 있다면 무한히 확산된다는, 황당무계한 '바이오테러' 가능성을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2월 9일 기자회견에서 '공작원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미디어는 이를 대대적으로 전하면서 결과적으로 불안을 증폭시켰다.
홋카이도 마츠마에초(松前町)의 무인도에 상륙한 북한 어민이 설비를 훔쳐 크게 빈축을 샀다. 현지에서 분노와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표착선들이 어로 중 조난을 당해 표류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2월 11일 해상보안청의 나카지마 사토시(中島敏) 장관은 자민당의원 회의에서 '공작선의 가능성은 없다'라고 단정했다고 일본 시사통신이 전했다.
거센 파도에 시달린 끝에 표류해 온 이웃나라의 가난한 어민과, 차가운 바다 위에서 목숨이 다한 수십 구의 시신에 대해 동정하는 목소리는 압도적으로 소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