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입국 금지에

그러자 양 감독의 앞에 총련이 벽으로 가로막아 섰다. '문제영화'라며 반성문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거부. 결국 북한에는 입국 금지가 되어 오빠와도 만날 수 없게 됐다.

"오빠들이 수용소에 들어가면 어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는 끝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오빠와 가족을 찍고 싶었던 것은 반드시 재미있는 영화가 된다고 생각한 저의 에고(ego)입니다. 다행히 오빠들도 '영희는 하고 싶은 일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라는 양 감독.

총련의 '열성활동가'였던 아버지. 영화에서는 딸의 카메라 앞에서 꾸밈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양영희 감독 제공)

작품은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그래서 오빠와 가족에 손을 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양 감독은 말한다. 자신의 표현을 절대 자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양 감독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2012년의 극영화 '가족의 나라'에서는, 병치료를 위해 짧은 기간의 방일을 허락 받은 막내 오빠를 담아내어 영화전문지<키네마 준보>에서 일본 영화 1위에 선정됐다.

양 감독은 장르의 경계도 넘나든다. 2018년 3월에는 첫 소설 <조선대학교 이야기>를 내놓았다. '일본 안의 북한'으로도 불리는 조선대학교생의 청춘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쾌하고 달콤새콤하게 그려냈다.

양 감독보다 윗 세대의 재일 문학자, 영화인 중에서는 총련으로부터 추방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면에서 북한과 총련을 그린 작품은 전무하다. 시대와 힘의 관계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양 감독은 각오와 돌파력을 가지고 성큼성큼 경계선을 넘어 작품을 세계에 내놓고 있다. '인생을 건 월경인'은 선구자이기도 하다.

●2018년 4월 10일자 마이니치 신문 오사카판에 기고한 기사를 가필수정 했습니다.

※양 씨는 지난 4월부터 어머니의 삶을 테마로 한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스프와 이데올로기'의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제주도 4.3사건 참극의 체험자이자, 북한에 귀국시킨 3명의 아들을 계속 생각하며 오사카 쓰루하시에서 살고 있다. 작품은 내년 공개 예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 지원을 모집하고 있다.

조국 북한 방문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오는 선상에서, 원산항에 배웅나온 아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양 감독의 어머니. (영화 <디어 평양> 중에서. 2001년)

양영희 감독 약력
1964년 오사카 시 이쿠노 구 쓰루하시 출생. 미국 뉴욕의 뉴스쿨대학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부 미디어연구과에서 석사 학위 취득. 2005년에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평양>을 발표. 2009년에 평양에 사는 오빠의 딸의 성장을 다룬 <굿바이 평양> 발표. 2012년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 발표. 2018년 3월 새로 쓴 첫소설 <조선 대학교 이야기>(가도카와 서점)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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