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한류 스타의 팬
이: 우리 중학생 딸은 한국 배우 차태현과 '올인'에 나오는 송혜교에게 푹 빠졌습니다. 딸이 말하는 게 통일보다는 한국에 가서 거리에서 그런 배우들의 모습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아, 배우들이 거리를 지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구요?
이: 예. 우리 딸은 차태현한테 빠졌습니다.
주: 차태현은 인기 한류 배우. 송혜교는 한국SBS방송에서 2003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올인'에 출연했었다.
주: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해적판 비디오가 중국을 경유해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 복사되어 시장에서 거래되어 대유행했다. 이를 경계한 당국은 삼엄한 단속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징역형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 부럽다
---그렇습니까? 그럼 한국의 어떤 점이 부럽습니까? 북한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 한국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습니까. 그게 부러워요. 한국에 가면 여성동맹회의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인민반 동원에 나가 도로까기, 풀뽑기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주: 여성동맹은 직업을 가지지 않은 가정 주부의 조직. 인민반은 말단 행정 조직. 해방전 '십가장' 제도와 유사.
---'도로까기'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이: 눈이 오면 얼어붙지 않습니까. 그 얼음때문에 차들이 다니기 힘드니 도끼로 얼음을 깨지요. 여기 참가하지 않으면 수십 명이 모인 사상 투쟁회의에서 (비판)당합니다. 사상투쟁회의 이런거 좀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거는 내 혼자 생각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다 같은 생각입니다. 말 할 수 없어서 그렇지.
그리고 (한국에서는)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면 한 것만큼 돈을 준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여기서는 평생 노예처럼 일해도 입쌀 먹기 어렵습니다.
이: 우리 세대는 안 되지만, 자식대에는 외국에도 가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보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이 불쌍하지요. 입고 싶은 옷도 못 입고 머리 염색했다고 거리에서 가위로 다 잘라버립니다. 정말 미개하지요.
주: 자본주의적인 복장, 머리 모양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이시마루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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