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이 밀무역
유엔의 경제 제재로 무역에 큰 타격을 받는 북한에서는 국가 기관이 전면에 나서 중국과의 밀무역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밀무역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담당하는 '39호실' 산하 무역 회사를 중심으로 많은 국가 기관이 직접 국경까지 와 중국 당국의 묵인하에 물자를 거래하고 있다.
현재 밀수의 최대 포인트는 양강도의 중심 도시 혜산에서 하류로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늪평 지구 부근이다.
"저녁부터 아침까지 대대적으로 금지품이 오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버스나 트럭 등 차량, 전자 제품 등이 들어온다. 북한에서는 섬유제품, 해산물, 한약재료, 목재, 비철 광석 등이 넘어간다"
조사한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무역회사의 밀수품을 습격한 곤궁한 군인
이 늪평리에서 9월 중순, 밀수품을 훔치려 한 군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현지를 조사한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9월 중순 어느 날 밤, 국경경비대 소속 중사(하사관)가 국가 기관이 중국 측에 넘기는 약초를 만재한 트럭에 올라 훔치려 했는데 차가 움직이면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소동이 나서 일시적으로 국가 밀수가 전면 중단되었다"
압록강 상류 지역은 이전부터 밀수가 성행했지만, 올해 들어 경제 제재가 강해지자 국가 기관이 대거 집결하게 되어 거꾸로 민간인의 밀수는 강한 통제를 받게 됐다. 그래서 밀수를 묵인 또는 방조하고 현금 수입을 얻고 있던 국경경비대원들 가운데 곤궁한 자가 속출했다. 김정은 정권은 군대에 식량이나 생활필수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각지의 군부대에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사가 아닌 하사관이 밀수품을 훔쳐 팔려고 한 것이다. 군인들이 얼마나 생활이 힘들었으면... 매우 심각한 상태다. 밀수 하는 무역회사는 물건을 지키기 위해 경비원을 두고 있지만, 빈궁에 허덕이는 군인이나 민간인이 훔쳐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라고 협력자는 말했다. (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