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검문소에서 파란 제복의 교통보안원이 감시의 눈을 번뜩인다. 2011년 1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김동철(아시아프레스)

 

베트남 방문 중 혹시 무슨 일이...

김정은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위해 2월 23일 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지만, 북한 국내에서는 보안 당국과 행정직원, 노동당 간부까지 총동원해 엄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1주일이나 되는 긴 부재중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측 사태'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지원)

평안북도 등에 사는 복수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온 바에 따르면 국내의 경계 강화는 2월 초부터 시작됐다.

"보안원(경찰관), 보위원(비밀경찰)이 거의 24시간 체제로 주택가를 순찰하고 있다. 사건 사고를 예방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소한 일이라도 불러들여 트집 잡을 수 있어 무섭다"

취재협력자는 국내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북부의 다른 도시에서는 주민에게 거주 구역의 경비를 임명하고 지역 동사무소의 관리와 지방정부의 간부가 매일 밤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불시 검사를 돌고 있다고 한다.

"낯선 사람이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있으면, 주민이 신원을 확인해 보안서에 보고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라고 한다.

(참고사진) 평양 중심부로 향하는 지하철의 검문. 병사는 "나가세요"라며 은근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작은 배낭을 멘 남성의 역 구내 진입을 막고 있다. 2011년 6월 평양시 대성구역에서 촬영 구광호(아시아프레스)

3 10일에 '선거' 예정, 투표장 파괴 우려

엄계 태세에 들어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당연히 김정은의 베트남 방문 중에 국내에서 불측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다. 탈북 사건이나 군인의 불량 행위, 살인 등 중대사건이 발생해 국제사회에 보도되면 체면이 손상될 뿐 아니라 국내가 불안정하다는 인상이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다. 물론 반체제적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베트남에서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0일에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거는 '100% 찬성'이 보통이라서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권이 '인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허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선전하기 위해서 무척 중요한 행사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는 5년이다. 2014년에는 선거장(투표장)의 파괴나 낙서 사건이 각지에서 발생해 큰 문제가 되었다. '선거장'의 간판이 밤사이에 '서거장'이라고 고쳐 써진 사건도 있었다.

2월 18일. 전화로 연락한 함경북도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매일 인민반 단위로 선거장 경비를 세우고 있다. 선거일까지 '1분이라도 경비 공백을 내지 말라'라고 지방정부와 당 간부가 번갈아 투표소를 찾아 확인하고 있다. 선거 한 달 전부터 이렇게 엄하게 경계하는 것은 처음이다. 망보게 하고, 동원하고 해서 주민들이 지겨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