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국민의 목소리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다. 세계의 이목이 김정은-트럼프 담판의 향방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작년 첫 회담에 비해 관심도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지원)
"김정은 원수의 위대한 외교술로 대국과 싸워 우리는 승리한다"
작년 한 해 북한 사람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당국자의 말이다. 2018년 김정은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세 차례 씩 회담했고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도 실현했다.
'이로써 우리 나라도 변한다',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북한 주민들은 정상 외교를 강하게 지지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과 단념으로 바뀌었다.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생계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그렇게 회담을 했는데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모두 굉장히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어요. 기대는 버리고 말았습니다. 김정은도 나라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요. 배급을 기다리다간 굶어죽어요. 자기가 벌어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북부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40대 여성은 분개하듯 이렇게 말했다. 경제제재로 날로 타격이 커지는 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김정은 정권에 분노한 것이다.
◆"트럼프는 사기꾼이다"라고 욕을 하는 북한주민도
한편, 북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제재 강화 전에는 '전쟁광'이라고 불렸는데, 요즘은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2월 초순. 중국과 가까운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와 전화가 연결됐다. 북미회담을 기대하는지와 국내의 분위기를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작년 6월 싱가포르) 첫 회담 때 우리는 너무 좋아했습니다. 이제 제재가 풀리고 생활이 좋아지겠구나 하고. 그런데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약속을 지켰는데 트럼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난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화를 냅니다. '트럼프는 사기꾼이다'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이나 텔레비 보도를 봐도 그렇게 말하고, 회의에서 간부들도 그렇게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