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더니
북한 당국이 1월 중순 이후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민반회의에서 중국을 비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북부 지역에 사는 복수의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강지원)
김정은은 자신의 생일인 1월 8일 중국에 방문했다. 이것은 일반에는 비밀이었는데, 방중 직전 북한 당국은 '양밸'이라고 불리는 중국산 소시지의 식용과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인민반을 통해 지시했다.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그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평성시 등에서 '양밸'을 먹은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수입을 금지시키는 것과 함께 주민에게는 먹거나 팔지 말도록 지시가 내려왔다"
'양밸'은 1개 당 중국돈 2위안(한국돈 약 331원) 정도에 팔리는 인기 육제품이다. 정말 사망 사고가 있었는지 불명이지만, 북한에서 중국 식품의 평판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구매력이 낮고 가공 식품의 종류가 부족한 북한에는 20여 년 전부터 저가・저질의 중국 식품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팔렸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취급되지 않을 조악한 품질의 제품이 적지 않아 신용이 낮았다.
그런데 '양밸'의 유통이 금지된지 얼마 안 된 1월 중순부터 인민반회의에서 정반대의 지시가 내려지기 시작한다.
"중국에 대해 여러가지로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중국 식품은 불량품이라는 유언비어를 유포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다고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상대로 '미국에 추종해 경제 봉쇄를 한다'라거나 '중국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라며 당국이 나쁜 듯이 비판했습니다. 도대체 이 태세 전환은 뭐에요? 중국에 대한 태도를 고치라고 하니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겠지만..."
외부 세계에는 북중 간 표면적인 대립이나 불화가 없더라도,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중국을 비난해 왔다. "일본이 100년의 적이라면 중국은 1000년의 적이다"라는 표현이 주민 대상의 학습회 등에서 자주 사용됐다.
당국의 이런 반중 자세 때문에 일반 주민의 대중 감정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놈들", "조선에 오는 중국 무역상, 관광객은 가난한 사람뿐이다", "우리는 나라가 가난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지내는 것이다"라는 식의 '혐중' 발언도 드물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