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촉의 확대는 '부작용' 동반
스포츠를 비롯한 남북 교류가 국제사회에 보도되어 북한이 '보통 국가'로 이미지가 올라감으로써, 핵・미사일 문제와 일족독재, 인권유린 등 북한에 대한 우려를 (일시적으로나마)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편, 남북한 접촉면 확대가 북한 국내에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 정권은 잘 알고 있었다. 남북대화의 시작과 동시에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투쟁'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이 폐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3월에는 전국에 '비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한다는 '포고'까지 내걸고 검거에 나섰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보고 들은 사람이 많이 체포됐다. 전국에서 '풍기 단속'이 벌어져 청바지, 미니스커트, 영어가 들어간 디자인 셔츠, 피어싱, 염색 머리, 남자의 장발 등이 단속 대상이 됐다. 거리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도 있었다고, 각지 취재협력자는 전하고 있다. 교류 확대로 한국의 정보 및 문화가 북한 국내에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예방 조치다.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한국에 대한 경계
작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북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경제지원과 투자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확대됐다. 자유로운 한국에 대한 동경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사람도 늘었다. 북부지역에 사는 40대 여성은 '우리도 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싶다. 같은 일족의 사람만 정치하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2019년 들어, 작년 검거된 사람들에 대한 중형 판결과 교화소(교도소) 이송 소식이 속속 들어왔다.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1월 28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복사해 판매한 사람이 징역 12년의 재판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 1~2편을 본 것만으로 교화소에 보내는 게 당연해졌다. 무서워서, 보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나는 북한 취재 파트너와 연락하기 위해 중국의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고 있다. 국경에서 수 킬로미터까지 전파가 닿아서 전화와 메시지 통신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 휴대전화 사용이 눈엣가시가 되었다. 탈북해서 한국에 사는 가족과 통화한 것이 발각되어 교화형 판결을 받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자국민에 대한 강경 조치는 한국 문화와 정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경고하기 위함이다. 남북 유화와 교류는 북한 절대 독재체제에 있어서는 국내 통제 강화와 세트가 되어야만 비로소 단행할 수 있다. 이것이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