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의 외국 '불순문화' 확산에 당국 충격
북부 양강도 혜산시에서 2월 4일, 고등중학교 5, 6학년 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2,000명을 동원한 '군중폭로집회'가 열렸다. 복수의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강지원)
처음 들었을 때 필자는 '2,000명 동원'이라는 규모를 믿을 수 없어 다른 취재협력자에게 재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복수의 집회 참가자의 증언을 얻었고, 사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전대미문의 대규모 비판집회 소문은 혜산시 전체로 퍼졌다. 이하는 집회에 참석했던 여성과 대학생을 직접 만나 들은 내용이다.
"2월 4일 오전 10시. 압록강 인근의 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군중폭로집회'가 시작됐다. 시내의 고급중학생(북한의 중학은 6년제, 한국의 고교에 해당)과 광업대학, 교원대학, 농림대학 등의 대학생을 100% 참가시켰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여성동맹, 직업동맹, 행정기관, 기업소 등에서도 동원돼 참가자는 모두 2,000명이라고 방송했다. 집회 내용은 학생들 속에서 최근 늘고 있는 성불량행위 외 불순녹화물 유포와 시청을 규탄하는 것이었다.
무대 위로 끌려 나온 것은 17명. 불순녹화물을 보거나 매매한 자들로, 학생도 1명 포함되어 있었다. 규탄 받은 죄의 설명은 '여성 1명을 상대로 남자 2명이 성행위를 했다, 집단으로 여럿이 같은 공간에서 성행위를 했다'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다"
이러한 이례적인 대규모 비판집회의 계기가 된 것은 본보에서 보도한 1월 고급중학생 6명에 의한 불순 이성행위 적발 사건이다. 혜산시의 성후중학교와 위연중학교 6학년생(고교 3학년에 해당)이 중국산 성인용 비디오를 보면서 성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것이다.
학생이 외국 퇴폐문화의 영향을 받아 '불량행위'에 이르게 된 것, 그리고 10대 학생까지 금지된 제품인 해외 비디오를 입수했다는 점에서 당국에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한국이나 중국의 일반 드라마, 성인비디오가 중국에서 대량 유입 및 디지털 복제되어 전국에 확산되었다. 이는 많은 북한 국민이 한국사회의 실태를 아는 기회가 됐다. 북한 당국은 강하게 통제해 왔으나 걷잡을 수 없었고, 이번 사건으로 실태가 드러나게 된 셈이다.
"고급중학생의 성불량 사건 후, 보안서가 80명을 체포했고 학생의 호출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취재한 협력자는 이렇게 말했다. 체포된 자들은 외국의 녹화물을 유통, 판매하거나 시청한 사람들이다. 학생이 포함돼 있는지는 불명이다. 보안서에서는 불법 녹화물의 확산을 뿌리 뽑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