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 도시 혜산시의 경우
혜산시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길림성 장백현과 인접해 있어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 다른 지방 도시보다 경제 수준이 매우 높다. 순위를 매기자면 평양에 이어 경제특구인 나선시, 최대 국경도시인 신의주 다음으로 부유한 곳이다.
혜산시 중심지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유층이 제재로 타격을 받아서 아파트 매매가 거의 없는 상태다. 제재가 강화되기 전에 3,400만 원 정도였던 아파트를 약 2,500만 원에 팔려고 내놓았다. 약 5,500만 원에 거래됐던 5~6층의 고급 아파트는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매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1등지인 혜산시장 옆 혜강동의 중고 단층집은 3년 전까지 680~1,000만 원이었으나 지금은 500~680만 원 정도다"
가격이 내려간 이유에 대해 취재협력자는, 가장 먼저 경제 제재에 따른 무역 부진을 꼽았다. 활발했던 개인 밀수도 단속 강화로 궤멸 상태다. 혜산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아파트의 과잉 공급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한다.
"중국 무역이 확대된 혜산시에서는 지난 수년간 정부 기관인 도시건설사업소와 무역회사가 손을 잡고 많은 아파트를 건설했다. 자금은 신흥 부유층인 ‘돈주’나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1~2층은 무역회사가 경영하는 상점용. 3층 이상은 거주용이라는 중국식 아파트다. 당국이 판매이익을 노리고 시내 위연지구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했는데, 이것마저 판매가 잘 안 된다"라고 협력자는 말한다.
◆ 회령시의 경우
회령시도 비슷한 경향이 뚜렷하다. 회령시의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파트 가격은 제재 전인 2016년과 비교해 신축 아파트는 80㎡가 1,200~1,700만 원 정도였으나 모두 30% 정도 하락. 그런데도 매매가 성립되는 일이 드물다"
북한의 주택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국가 소유다. 과거에는 마음대로 매매할 수 없었지만,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1990년대 사회 혼란기에 거주등록증(입사증이라고 한다)을 매매하는 형태로 암거래 시장이 생겼다. 국가 재정난으로 주민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도 아파트의 매매는 불법이지만, 신흥 부유층이나 무역회사가 국가 기관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지어 거주등록증을 판매하고 투자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금의 몇 퍼센트를 국가에 상납하는 방식이 완전히 정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