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원이 급락하고 있다"
이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1월 20일,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협력자로부터였다. 1중국 원(약 168원)의 실세 환율이 1100원대에서 1350원으로 원화 강세가 된 것이다. 지난해 말 조사에 비해 17.6% 급등했다.
같은 날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1380원, 양강도 혜산시에서 1320원으로 각지에서 비슷하게 원화 강세 소식이 전해졌다. "예전 '화폐개혁'의 악몽이 떠올랐는지 시장에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라고 혜산시의 협력자는 말한다.
이후 실세 환율은 다음날인 21일에 1250원으로 내린 뒤, 23일에 1280원이 되어 설 연휴에 들어갔다.
※ 2009년 말, 김정은 정권은 예고 없이 원을 100분의 1로 절하하는 '화폐개혁'(신권 교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 경제가 대혼란에 빠졌다.
◆ 심각한 외화난
2017년에 UN 안보리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은 북한은, 이듬해 대외 수출액의 90% 가까이 잃는 등 외화 수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2018년, 2019년 식량 가격과 외화 환율은 대 달러, 대 중국 원 모두 안정이 계속되었다. 그동안 대 중국 원 환율은 대체로 1원=1200원 전후의 추이였다.
북한 내 물가 동향을 보면, 연료 가격을 제외하고 대체로 외화 환율과 연동되어 있다. 즉 외화 부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대 달러, 대 중국 원 환율이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안정된 물가를 가지고, '경제 제재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일본과 한국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 취재협력자와 함께 2년간 조사를 계속한 결과, 평양에서도 지방 도시에서도 제재의 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회사 사무실 폐쇄, 아파트 가격의 대폭락, 평양 부유층의 몰락, 광산 가동 정지 또는 대폭 축소, 시장의 침체, 서민 생활 악화, 군대와 경찰의 예산 부족, 꼬제비(부랑자), 매춘 행위의 증가 등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김정은 자신이 '전대미문의 혹독한 난관'이라고 보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화 환율은 왜 안정적인가?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도 수수께끼였다. 한국에는 "달러라이제이션(달러화)이다"라고 설명하는 연구자가 있다. 북한 국내에서는 신용이 없는 북한 원을 기피해서 중국 원, 미국 달러가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이것이 실질적인 '대체 통화'가 되어 물가를 안정화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원 안정을 위해 암거래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