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북한 주민에게 새해는 지겨운 과업과 함께 시작된다. 1월 1일 발표되는 김정은의 장황한 '신년사'를 암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원단에는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인 이례적 사태다. 이에 대해 많은 주민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도 안도하고 있다고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1월 3일 전했다.
'신년사'는 지난해의 성과를 자찬 위주로 총괄하고 새해의 방침과 전망을 제시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당(黨) 등 주요 세 곳의 신문에 '공동사설'이 발표됐지만, 김정은은 매년 육성으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정은의 '신년사'가 원단에 발표되면, 바로 직장이나 학교, 기관에서 '통달강연(通達講演)'이라고 불리는 집회가 개최되어 전국민에게 암기를 의무화한다.
1월 중순 정도까지 반복 문답식과 경연(콘테스트)식으로 암송을 겨루게 하는 모임이 계속된다. 유일영도자인 김정은이 정한 1년 목표이므로 주민들은 소홀히 할 수 없다. 새해 벽두부터 대단한 고행인 것이다. 취재협력자는 주민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한다.
"암송대회가 없어서 모두 한시름 놓았다. 경제가 이렇게 나쁜데 위에서는 아무 대책도 없으니까 신년사도 내지 못하는 것이겠지. 작년은 제재 때문에 시장에서 장사도 형편없어서 돈 벌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신년사에서) 무엇인가 나라의 새로운 방침과 방향을 내놓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전망도 없다. 허무한 '자력갱생'만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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