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은 매년 해오던 김정은의 '신년사'를 올해에는 발표하지 않았다.
작년 말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되었는데, 새해 들어 모든 주민에게 이 '전원회의' 보고를 암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작년까지 '신년사'를 암기 시키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전원회의' 보고는 직장이나 행정기관, 여성동맹 등 사회단체에 '통달'이라고 불리는 학습자료로서 배포되었다. 문답식이나 경연(콘테스트)식으로 암송을 겨루게 하는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학습하게 된 '전원회의' 보고는 예상대로 '자력갱생'을 무턱대고 강조만 하는 내용이었다. 이보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학습회에서 '재무장'이 강조된 것이다"라고 양강도의 취재협력자가 1월 9일에 전했다.
조직이나 직장에서 진행되는 학습회는 당 간부가 '통달'을 기본으로 진행한다. 그 중에도 당간부가 "작년은 제국주의자들의 경제봉쇄의 고난 속에서 굴복하는 나약한 간부나, 정신적・사상적으로 해이한 사람들이 출현했는데 이들을 당의 방침대로 '재무장' 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협력자는 말했다.
북한 관영 매체에 공개된 '전원회의' 보고는 서두에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을 뚫고 나가는 정면돌파전에서..."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는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에 의해 국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김정은 정권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습회에서 간부가 강조한 "당의 방침대로 '재무장' 시킨다"라는 문구는 김정은 지도부가 상황 타개를 위해 당, 군, 행정 간부들에게 무리한 지시를 한 결과가 불충분했거나 집행하지 못한 사안이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재무장'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에 대해 북한의 권력구조를 잘 아는 한국 거주의 탈북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아무리 김정은의 명령이라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 없이 '자력갱생'하라는 지시를 받은 간부들은 명령을 집행하지 못한 사람이 속출했을 것이다.
'재무장' 시킨다는 것은 당, 즉 김정은이 내놓은 방침에 절대 복종시킨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간부들을 옥죄고 무리한 억지의 강도를 높인다는 것. 앞으로 처벌・숙청 당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