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5월 15일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제로'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까? 실정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1월 후반부터 북한 각지에 사는 취재협력자들과 조사를 진행했다.
연재 1번 보기 >>> <북한보고 for Pro> 제재에다 코로나 재난까지... 국내 경제는 지금 어떤 상황인가 (1) 제재의 구멍 찾기도 코로나로 무산 이시마루 지로
결론부터 밝힌다. 우리들의 조사와 국영 미디어의 정보를 종합하면,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저지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북-중 왕래의 조기 차단과 격리 조치가 주효했다고 보인다. 단, 그 그늘에는 외부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비참한 사태와 엄청난 희생도 있었을 터이다.
1월 중순, 중국 우한시에서 신종 폐렴이 유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북한은 춘절 관광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인 22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또한 1월 말에는 중국 국경을 봉쇄하고 무역도 중단했다. 국내는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듯한 상황이었다. 외국인과 접촉한 무역관계자와 세관원들은 30일이나 격리됐다. '마스크 검문'까지 실시했다. 열차는 움직였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물류와 사람의 이동은 거의 멈추었다.
국내의 대처는 강압적이었다. 중국과 가까운 북부 지역에서는, 국경 하천에 접근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고 주민과 직장에 통지했다. 2월에는 중국과 왕래한 밀수꾼과 격리 시설에서 도망친 사람이 사살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공포심을 주기 위해 당국이 가짜 정보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보건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 주재 사무소에 전한 보고에 따르면, 4월 초순까지 약 2만 5천 명을 감시 대상, 즉 격리했다. 이 수치가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감염자 제로'이면서도 격리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다. 협력자에 따르면 간부는 호텔, 일반 노동자는 직장 사무실이나 창고에 격리했다. 온 가족이 한 달 동안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한 사례도 있었다. 격리 기간 중 식사는 자기 부담이었다고 한다.
인권이나 개인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강압 정권다운 신속하고 강제적인 대처는 의료 및 보건 체계가 열악하다는 자각이 있다는 방증이다. 재미교포이자 13년간 북한의 일류 병원과 교류한 박기범 교수는 "인공호흡기는 50대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단 강력한 전염병이 만연하면 자력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외부의 지원과 개입이 불가피하며, 만일 군대와 보안기관, 당기관, 평양 중추까지 감염이 확산하면 체제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