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 강화에 방해되는 '동원 경제'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만 놓고 보면, 북한에는 강권 통치라는 '장점'에다가 애초부터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고 장거리 고속 이동 수단이 적다는 '유리함'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식 강권 통치에는 약점도 여러 가지 있다. 북한 특유의 '밀집'에 대해 알아보자.
좁은 공간에서 밀집 생활하는 대집단의 예시로, 막사에서 생활하는 100만 군대를 들 수 있다. '돌격대'라고 불리는 국가 프로젝트 건설 전문 조직은 1년 내내 텐트에서 집단 생활한다. 인원은 10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일상의 정치적 동원도 '밀집'을 만든다. 북한의 모든 국민은 어떠한 조직에 소속돼야 한다. 그곳에서 '조직 생활'이라는 통제를 받는다. 40세 이하는 청년동맹, 당원은 당조직, 노동자는 직업총동맹, 가정의 전업주부는 여성동맹이라는 식이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생활총화'라는 반성 집회가 의무적으로 열린다. 또한 정치학습, 반미집회, 김일성 및 김정일의 생일 행사 등에 자주 동원된다.
4월 초순부터 초여름에는 도시 주민이 농촌에 가서 파종이나 모내기, 김매기를 돕는 '농촌동원'이 있다. 이 기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이동한다.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위험이 커진다. 국내 각지의 취재협력자가 '4월 25일 즈음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북한식 '동원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되더라도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병사가 민간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부대를 철저히 격리하고 병사의 외출을 금지했다. 북부 지역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5월 중순 현재도 거리에 병사의 모습은 거의 없고, 가끔 장교가 눈에 띄거나 병사를 단속하는 경무병(헌병)만 보인다고 한다. 또한, 외출이 허용되지 않은 병사들의 영양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앞으로 서둘러 경제 복구에 몰두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 무역 및 사람의 왕래를 재개해야 하므로 방역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강권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조직생활'과 '인민 동원'은 감염 확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의 방역 강화와 서로 부딪힌다. 고민은 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출범 8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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