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하천 공사에 동원된 여성들. 김정은 유일 독재 아래에서 민중은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6월 북부 지역에서 촬영 '민들레' (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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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의 위상을 '당' 호칭으로 표면화

신 《10대원칙》에서 김정은이 '당', '령도자'라는 호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구 《10대원칙》에서는 김정일을 '당중앙'으로 표기했는데, 이것을 본뜬 호칭일 것이다. (참고로, 2013년 6월 한 지방 도시에서 실시된 정치학습 모임에서 '김정은 동지는 조선노동당, 조선노동당은 김정은 동지'라는 슬로건을 외쳤다.)

신 《10대원칙》의 서문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끝맺는다.
'우리는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영원히 높이 모시고 충정을 다 바치며 당의 령도밑에 김일성 - 김정일주의위업을 끝까지 계승완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 대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구 《10대원칙》에서 김정일은 김일성의 '대리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대리인은 살아있는 인간의 언동을 대신하는 사람이므로, 현세의 김정은이 죽은 사람의 대리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신 《10대원칙》에 나타난 김정은의 입지는, 신격화된 두 영원한 수령의 가르침을 유일하게 해석・집행하는 최고위 '사제'처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당'이라는 것은 특정 개인(김정은)을 가리키기에는 범위가 넓고 먼 표기 방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2012년 4월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김정은을 등장시켰는데, 왜 직접 '김정은 동지에 의한 영도'라고 적지 않을까?

젊고 실적이 없는 김정은을, 2013년 시점에서 유일 영도자라고 명확한 위치를 부여하거나 김일성-김정일과 동격으로 적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또는 장차 다른 인물이 '당'이 될 수 있는 여지를 굳이 남겨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신 《10대원칙》이 미완성이라, 김정은이 실적을 쌓은 뒤 다시 개정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말하면, 2013년 8월에 열린 '《10대원칙》에 관한 정치학습'에서 강연한 간부는 "《10대원칙》을 제시한 것은 김정은 동지이다"라고 말하며, "김정은의 《10대원칙》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강연자는 "《10대원칙》을 철저히 지켜야한다"라는 김정은의 '말씀'을 인용한다.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 혈족 지배의 영속화를 명기

김일성의 항일혁명역사는 생략되고, 항일혁명전통을 '백두'로 나타낸다. '백두산절세위인'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것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김일성의 아내)을 가리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는 생략됐지만, 김정은이 항일혁명전통의 정통 후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나가며 주체의 혁명전통을 끊임없이 계승발전시키고 그 순결성을 철저히 고수하여야 한다.' (신 《10대원칙》 제10조의 2)

이 조문은, 일족에 의한 권력 세습을 영원히 계속한다는 선언이다. 나름대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출발한 북한 정권이, 여기에 이르러 최고강령에서 마침내 권력 세습을 공언했다. 개인 독재 퇴폐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