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 일족 지배의 '영속성과 순결'을 최고 강령에 명기
북한의 최상위 규약은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이 아니라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이라는 대외비공개 강령이다. 요약하면, 노동당원은 물론 전 국민・전 조직이 오직 김정은(당이라고 표기)에 대해서만 절대 충성・절대복종하라는 내용이 끝없이 적혀 있다. 모든 국민은 《10대원칙》에 따라, 김정은의 '령도(지도)'를 일상생활과 행동의 지침으로 삼아야 하며 소속 조직에서 매주 1회 열리는 '생활총화'라는 회의 때 확인받는다.
《10대원칙》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였던 1974년에 만들어져 2013년 6월 김정은 시대에 맞춰 개정됐다. 그때,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나가며...(중략)...그 순결성을 철저히 고수 하여야 한다'라는 문장이 추가됐다. 즉, 김 씨 일족 외의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 권력의 세습 승계를 영원히 이어간다는 것이 최고 강령에 명기된 것이다.
(참고기사) 감춰진 북한의 최고 강령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 전문과 해설 (7회 연재)
젊고 미숙한 김정은에게 대물림하는 시기에, 산전수전 다 겪은 실력자들이 군과 당내의 기반을 바탕으로 김정은을 컨트롤하거나 김 씨 일족 지배를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실제로, 이 장치가 가동되어 피바람이 몰아쳤다.
◆ 김여정의 '2인자화'는 일족 지배의 위기 관리책
2013년 12월, 최대 권력자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이었던 장성택이 숙청・처형당했다. 그 이유는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확립하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 반혁명적 종파 행위'와 '국가 전복 음모 행위'였다. 장성택이 자신의 세력을 키워 김 씨 일족 지배를 뒤흔들었다고 간주한 것이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확실하지 않지만 자녀가 3명이라고 한다. 장자는 아직 10살 정도일 것이다. 아이 한 명에게 후계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적어도 10 수년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까지 김정은이 죽거나 장기간 집무 불능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여정의 '2인자화' 진행은, '백두혈통'에 의한 통치=김 씨 일족 지배를 '영원'히 '순결'하게 지키기 위한 위기 관리책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 김평일의 가능성은? '여자는 안된다' 주장은?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이복동생이자 지난해 체코 대사를 퇴임하고 귀국한 김평일(1954년생)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주장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평일은 김일성과 김일성의 후처인 김성애(1928년생. 혹은 1925년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용모가 김일성과 비슷하다. 1970년대 초 김성애가 조선민주여성동맹을 기반으로 권세를 휘두르게 되자 미래의 유력 후계자 후보로 주목받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김성애가 김정일과 권력 다툼에 패한 후에는 1979년부터 줄곧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외교관으로 부임했다. 지난해 체코 주재 대사를 퇴임하고 40년 만에 귀환했다.
외부 세계에서 보면 김평일도 넓은 의미의 '백두혈통'의 일원이지만, 김정일-김정은과 다른 방계(傍系)이며 '곁가지'이므로 '순결'하지 않다. 또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국내에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조금이라도 김평일을 밀어주는 조짐이 보이면 '유일적 령도체계' 위반으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북한 사회는 남존여비 풍조가 강하니까 김여정 후계는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껏 1000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을 취재한 내 느낌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일본, 한국, 중국 조선족 사회보다 북한 사회의 젠더 불평등은 훨씬 심각하다. "여자가 지도자라니"라는 회의(懷疑)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여정 이외의 선택지는 보이지 않는다. '여자이니까'라는 조롱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출을 수반하는 '2인자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경칭 생략)
- 감춰진 북한의 최고 강령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 전문(1) 서문 해설 이시마루 지로 (2020-05-27 15: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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