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예전부터 적대시하고 철저히 단속하던 것이 바로 외부 세계의 영상 콘텐츠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불법 비디오가 중국을 경유해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복사되어 시장에서 대유행했다.
영향받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식 패션을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울말'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자국의 몇십 년 동안 바뀌지않는 일족 지배 정치와 몰락하는 경제에 비해 영상 속 한국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선진국이다. 한국드라마는 민심이 한국으로 기울어지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당황한 북한 당국은 외부 영상의 유입과 확산을 막는데 혈안이 됐다. 각지에서 VCD(비디오 CD)와 DVD 암거래상과 복사 공장 적발에 나섰다. 정치범이 아닌데도 가차없이 교화형(징역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취급했다. 검거가 두려워 한국이나 일본으로 탈북하는 사람도 잇따랐다.
또한 함께 진행한 것이 자체 영상 콘텐츠의 다양화와 품질 향상이었다.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화 및 다채널화를 이루어, 외부 문화에 대한 인민의 '호기심의 유혹'을 끊으려고 한 것이다. 우리는 다채널화를 위해 도입된 북한 독자 디지털 튜너 입수에 성공했다. 그 상세와 북한 텔레비전 최신 상황을 보고한다.
■ 북한의 최신 텔레비전 사정
'수자식텔레비죤 신호변환기'라는 기계를 입수했다. 〈푸른하늘〉이라는 상표다.
2019년 말에 북한의 취재협력자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국경의 강을 넘어 비밀리에 중국으로 반출, 비행기편으로 한국을 거쳐 일본까지 온 것이다. '수자식'이란 디지털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여러 채널을 시청하기 위한 디지털 튜너이다.
북한에서는 평양과, 군사경계선과 가까운 개성을 제외하면 〈조선중앙TV〉 1채널 밖에 볼 수 없었다. 주말에 주로 소련이나 동구권의 영화를 방영하던 〈만수대TV〉는 평양에서만 방송됐다. 후술하겠지만, 한국을 의식한 선전방송의 성격이 강한 〈개성TV〉는 평양과 개성에서만 방송됐다.
북한에서는 2012년부터 시험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어 2017년 말부터 디지털 HD방송으로 전환했다. 이 즈음 다채널화가 진행됐다. 현재는 전국에서 4개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