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감염자 제로'를 자찬하면서, 국제적인 재유행에 위기감을 갖고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내부문서에는 국내 감염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으며, 평양 남쪽의 군부대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정보도 들어왔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코로나 방역'을 집요하게 강조하기 시작한 김정은 정권
조금 지나치지 않은가...?
7월 2일에 열린 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방역의 철저를 장황할 정도로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 지나치다라고 느낀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은, "악성비루스의 경내침입을 철저히 방어하고 안정된 방역형세를 유지하고있는것"을 자찬하면서도, 방역 당국 내에서 "방심과 방관, 만성화된 현상들과 비상방역규률위반현상들에 대하여 엄하게 비판", "방역조치의 완화는 상상할수도, 만회할수도 없는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라고 기술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러한 김정은의 경고는 이전의 국내 상황과 대조하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진다. 6월 들어, 엄격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이 완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1월 말에 중국 국경을 봉쇄한 후 국내에서도 다른 지역으로의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금지했다. 그리고 학교의 신학기 개학을 연기하고 감기 증상이 있는 것만으로 격리하는 등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었는데, 6월 초순부터 학교를 재개하고 이동 제한도 약간의 완화를 단행했다.
◆ 정치국회의 후 완화에서 돌변, 통제 재강화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정치국확대회의에서 김정은의 보고 후, 북한 국영 미디어는 잇따라 '코로나 경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됐다.
예를 들어, 7월 7일 자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해상에서 밀려 들어오거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 등을 발견하는 경우 방역규범의 요구대로 제해소독하거나 소각 처리하는 규율과 질서를 더 엄격히 세워나가도록 하고 있다"라고 적었고, 7월 10일 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일면에 게재한 논설에서 "그 어떤 경제건설성과보다 대류행전염병의 침습을 막는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 사업에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는것이 우리 당의 요구이다"라고 기술했다.
《노동신문》은 7월 17일에도 "긴장하고 또 긴장하여 비상방역사업을 강도 높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함흥편직공장의 예를 들며, 철저하고 빈틈없는 방역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 6월 내부문서에 적힌 내용은...
필자의 수중에, 정치국확대회의 보름 전인 6월 중순 발행된 노동당 내부문서가 있다. 평안북도의 취재협력자가 입수한 것이다. 제목은 다음과 같이 길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2020년 6월 1일 비준방침 신형코로나비루스의 전파공간을 찾아 대책하기 위한 사업과정에 제기된 문제를 료해한 자료와 대책보고》
발행한 곳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정치분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유행에 대응해, 1월 말에 긴급 설치된 부서이다.
문서의 성격에 대해 미리 설명한다. 김정은의 《비준방침》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북한에서 '비준'이란,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의미한다. 각 조직이 올린 〈제의서〉를 김정은이 승인했다는 의미이다. '방침'도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만 사용되는 용어다. '지시로서 하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문서는 〈중앙비상방역지휘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에 관한 〈제의서〉를 김정은에게 올렸고, 그것이 인정되어 '방침'이 되고, 대책을 세우는 과정의 '료해'=확인작업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문서를 입수한 협력자는, 그 용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앙비상방역지휘부〉가 작성한 제의서를 김정은이 승인해서, 전국에 공개적으로 철저히 주지시키기 위해 각 조직에 제시된 기초문서입니다. 비밀 수준은 높지 않지만, 이 문서를 바탕으로 각지의 주민과 조직의 학습자료, 강연자료가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