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욕설의 끝으로 치닫는다.
북한 욕설의 창의성과 수사(修辭)의 풍부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 입수한 내부문서에 적힌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실로 대단하다. 정말, 이렇게까지 쓸 수 있다니.
입수한 것은 6월 28일자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작성한 《우리의 최고존엄을 감히 건드린 괴뢰역적패당에 대한 보복열기로 끓고있는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반영과 대책보고》라는 제목의 5페이지 문서.
부제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의 2020년 6월 22일 비준방침〉이라고 적혀 있다. 즉, 선전선동부가 북한 국민에 대해 선전・교양하려는 내용을 김정은에게 제안, 승인을 받은 것이다.
시종일관 한국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고, 문 대통령을 모멸, 모독하기 위해서만 쓰였다. 중요한 것은 이 문서가 한국을 향한 선전이 아니라, 자국민을 교육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글의 끝에 그 의도가 다음과 같이 요약돼 있다.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서 반괴뢰교양을 더욱 강화하여 투철한 주적관을 지니고 괴뢰역적패당에 대한 보복성전에 적극 떨쳐나서게 하기 위한 선전선동사업'
두말할 나위도 없이 '괴뢰'는 한국을 가리킨다. 전문을 게재한다. 북미회담이 부진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혈안이 된 김정은 정권이, 한국을 어떻게 대할 의향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다.
◆ 한국에 대한 증오를 철저히 부채질
한국의 탈북자 단체가 5월 말에 김정은을 비판하는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은 6월 들어 거세게 반발했다. 최고존엄인 김정은을 모독하고, 2년간 진행된 남북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물고 늘어졌다.
한국 비난의 전면으로 나선 사람이 김여정이었다. 6월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그녀가 담화에서 예고한대로 폭파했다. 또한 보복으로서 대남 전단 살포와 군사 행동을 예고했다.
준비한 전단은 문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간 것으로, 담배꽁초를 섞어 그것을 군사분계선 부근에 들어가 살포한다고 노동신문 등의 국영 매체가 전했다. 23일이 되자 김정은이 행동 보류를 선언,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톤이 약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입수한 내부문서는 '행동 보류' 선언 후에 작성된 것이다. 구성은 최고존엄=김정은이 모독당한 것에 대해 철도와 광산의 노동자, 학생, 개성시민, 농민 등의 분노 및 보복을 바라는 목소리를 소개하는 형태다. 반한 감정과 증오를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
※ 괄호 안은 필자에 의한 주석. 문서는 '〇〇〇가~라고 말했다'라는 형식이다. 하지만 선전선동부가 만든 반한 선전의 지침이므로 가공의 인물로 추측된다. 실제 선전 사업할 때 이름이 기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