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감지된 것은 10월 말이었다. 북한 원화의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와의 실거래 교환 환율이 갑자기 급등한 것이다.
금년 들어 외환시장의 환율은 1위안이 1200원 정도. 그것이 한때 약 30% 상승한 830원이 되었다. 1달러는 8200원 정도였던 것이 약 20% 상승한 6500원으로 올랐다.
외화 가치가 20~30% 떨어지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당혹감이 확산됐다. 북부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위안화도 달러도 아직 더 떨어질 것이라며 서둘러 내화(원화)로 바꾸려는 사람도 있고, 중국과의 교역이 재개되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장 상인들은 물건 값을 매기기가 어려웠다. 무역회사 사람들 중에는 기회라며 위안화와 달러를 사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북한 원화는 교환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도대체 북한의 외환시장이란 무엇일까?
◆ 외화 암시장 철저히 단속
북한 당국이 공표한 공식 환율은 1달러=약 100원이지만, 국내에는 시세로 교환하는 외화 암시장이 따로 존재한다. 조선무역은행이 비공식적으로 매일 시세를 공개하고 있어, '돈데꼬'로 불리는 비합법 환전상들은 이를 참고로 자체 정보를 가미해 교환 환율을 정하고 있다. 이 시세가 이번에 크게 변동한 셈이다.
유통되는 외화는 평양은 미국 달러 중심이지만 다른 지역은 중국 위안화가 우세하다. 최근 10여 년간 북한 원화는 국내에서 신용을 잃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외화를 사용하게 되었다.
「두부 한 모 사는 것도 중국 위안화를 쓴다」 「뇌물이나 벌금도 중국 위안화로 낸다」고 지방도시 주민들은 설명한다.
원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인들은 하루 장사가 끝나면 환전상에게 원화를 가져와 위안화로 바꾼다. 자산보호를 위한 것이다.
외환보유에 대한 최초의 불안은 작년 11월 초에 시작됐다. 갑자기 외화 사용을 엄격히 단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기는 김정은의 <방침>이었다.
「외국돈은 잘 다루는데 반해 자기 돈을 홀대하는 현상을 없애라」고 김정은이 비판했고, 이후 장마당에서는 단속 요원이 두 배로 늘어나 외화 사용을 눈여겨보다가 적발되면 전액 몰수라는 고강도 조치가 취해졌다. '돈데꼬' 검거도 계속됐다.
외화사용 단속을 명목으로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고, 아울러 자국 화폐의 하락을 방지하는 것을 김정은이 노렸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