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제약품 고갈에 지원품도 반입 거부'
「지금 제일 곤란한 거요? 그건 약이죠. 아무데서도 팔지 않으니까요.」
북한 북서부 평안북도에 사는 여성의 말이다.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입 방지를 위해 중국 국경을 봉쇄한 지 조금 있으면 11개월이다. 중국 제품의 수입이 거의 끊긴 지금 가장 심각한 것은 중국산 의약품의 고갈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평안북도와 양강도에서 조사했다.(강지원)
중국 세관당국이 11월 말에 발표한 무역통계는 충격적이었다. 10월의 북•중간의 수출입 총액은 165만 9,000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9.4% 감소, 북한 수입은 불과 25만 3,000달러에 머물렀다.(99.9%감소)
2월부터 계속된 무역 감소는 8월 이후 두드러졌다. 정권이 코로나 유입을 경계하고 수입 통제를 강화한 점, 외환부족으로 수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온갖 중국 제품이 부족한 가운데 주민의 살림살이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의약품의 고갈이다.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는 현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부상이나 질병으로 병원에 가봐야 소용없다. 춥고 약이 없기 때문에 치료도 받지 못한다. 병원에도 약이 없다.」
이 협력자가 의료인들을 취재한 결과 아래의 중국산 의약품 고갈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의 입수 불능으로, 어디에서도 팔지 않았다고 한다.
• 아목시실린(항생제, 기관지염 등에 사용)
• 메트로르니다졸(항균제, 감염증에 효과, 산부인과에서 많이 사용됨),
• 세포택심(항생제, 감염증에 사용),
•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대장염이나 장티푸스 등에 효과)
또 중국산 일반의약품인 '진통편'이라는 진통제, 각종 링거제, 감기약, 파스도 병원이나 약국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감기약, 진통제는 몰래 한 알씩 팔리고 있는데, 예전에 북한돈으로 300원 하던 것이 5~7배니 뛰었다. 그런데도 입수가 어렵다」고 협력자는 말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중지되어, 과거에는 횡행했던 병원 관계자에 의한 부정 유출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북한100원이 한화 38원)
◆ 소소한 국산약도 가짜가 횡행
그렇다면 국산 약품은 없는 것일까?
「국내 공장에서 아스피린(진통제), 아목시린(항생제, 북한에서는 기관지염, 감기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등이 약간 나오고 있지만, 가짜 약이 워낙 많아 주민들은 거의 복용하지 않는다」고 다른 협조자는 말한다.
실제로 아프면 기댈 곳은 민간요법밖에 없어졌고 병원에 가도 그것을 권유받는다. 감기약으로 오미자, 구기자를 차를 만들어 마신다. 약간의 기술이 있는 주민의 침술이 대유행이며, 요금은 1회에 5,000원(약 1,910원 정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