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공개될 즈음이면 각국이 주목하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먼저번 제7차 당대회가 개최된 것은 2016년 5월이었다. 미증유의 코로나 재앙이 세계를 뒤덮고 방역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악조건, 게다가 태풍과 집중호우까지 겹쳐 경제가 마비상태에 있는 가운데 당대회 개최를 강행한 것은 다른 나라들에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졌다.
집권 9년 만에 최대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일부러 당대회를 개최하려는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일까?
주목되는 것은 ①핵•미사일 개발과 군사 노선 ②대미 대남 정책, 그리고 ③새로운 5개년 계획의 책정을 예고하고 있는 새 경제노선의 내용이다.
◆ <절대비밀> 지정의 김정은 「말씀」 입수
아시아프레스에서는 8차 당 대회의 개최를 결정한 회의에서 김정은의 발언을 정리한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제목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 109(2020)년 8월 19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하신 말씀」. 열람 대상이 한정된 <절대비밀>로 지정된 문서로 표지를 합쳐 총 13쪽짜리 장문이다.
김정은의 「말씀」은 코로나와 잇단 수해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운 경제계획에 할애되어 있다. 지난 제7차 대회에서 책정된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이하 「2016전략」)을 실패로 단정하고, 그 총괄을 통해 새로운 경제 계획을 세우겠다고 서술하고 있다.
◆ 김정은, 전략 실패를 인정하다
김정은이 실패했다고 단정한 지난 「2016 전략」은 목표를 인민경제 향상과 경제부문의 균형적, 지속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두고 있다.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석탄, 전력, 금속, 철도, 수산과 기계공업 부문을 정상화시키고 농업과 경공업 부문에서 생산을 늘린다.
②전력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여 발전소의 건설, 송배전망의 개조 보수를 강조.
③외국과의 합작•합작을 진행하여 무역구조의 개선을 도모하고, 경제 개발구(특구)와 관광 사업의 확대를 목표로 한다.
「2016 전략」은 이것저것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종합성, 구체성이 부족했다.
알다시피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2017년 유엔 안보리에 의한 경제제재가 대폭 강화되고, 미국과의 비핵화 회담이 결렬되면서 「2016전략」은 좌초된다. 게다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북한 경제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문건에서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2016전략」의 실패를 경제제재나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을 세워버린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김정은은 그 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계획을 세우자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